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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화신?… 세상 편견에 맞선 여배우들의 자기고백

입력 : 2015-12-26 03:00:00 수정 : 2015-12-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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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한창호 지음/어바웃어북/1만8000원

영화사를 빛낸 레전드급 여배우들의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성들은 영화를 통해 여배우와의 로맨스를 꿈꾼다. 여성 관객들은 바로 그 여배우가 되기를 원한다. 영화가 가장 인기 있는 대중문화가 될 수 있었던 건 ‘여배우’라는 매력적인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릴린 먼로, 잉그리드 버그먼, 비비안 리, 오드리 햅번, 이자벨 아자니, 최은희, 문정숙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전설적인 여배우들에 관한 바이오그래피다. 그들은 한결같이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한창호 지음/어바웃어북/1만8000원
그러나 대중은 여배우들의 연기보다는 그들의 관능과 스캔들에 주목했다. 미셀 푸코의 말처럼 대중의 시선은 하나의 권력으로 작동했다. 여배우들은 세상이 원하는 시선에 맞춰 자신의 이미지를 연기해야만 했다. 마릴린 먼로는 ‘금발 백치’역을 반복해야 했다. 그것이 남성들은 물론 많은 여성들까지도 원했던 먼로의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정작 본인은 정말 싫어했던 연기였다.

“가장 적은 제작비로 돈을 버는 방법은 여배우의 옷을 벗기는 것”이란 말은 영화계의 공식이었다. 컬럼비아나 워너브러더스 같은 세계적인 영화사들 역시 여배우의 옷을 벗기는 B급 영화를 마구 찍어내 대형 영화사의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영화가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여배우는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대중은 여배우의 연기를 평가하는 데 인색했다. 오로지 그들에게 관능적 모습만을 요구했다. 따라서 여배우들의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었다. 여배우들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모두 50명의 여배우를 소개하면서 그들의 삶과 영화에서 한 발 더 들어가 그들의 숨은 목소리를 내는 데 힘썼다. 오로지 관능적 존재라는 세상의 편견에 맞선 여배우들의 자기고백을 성실히 담아냈다. 그들은 세상에 대해 무엇이라 하고 싶었을까. 섹스의 대상이라는 세상의 오해와 편견 앞에 여배우들은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려 했는지 저자는 주목한다.

김신성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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