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 불명확 ‘면죄부’ 평가
피해자 입장은 전혀 고려 안 해
향후 한·일 관계 큰 부담될 수도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반발을 부른 12·28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맺어진 한·일협정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은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한·일재산 및 청구권문제 해결과 경제협력협정에 관한 협정) 등 부속 4개 협정을 말한다.
위안부 합의와 한·일협정은 모두 일본의 강제점령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책임, 법적 책임을 명확하게 하지 못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에 면제부만 줬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박정희·박근혜정부 모두 피해자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양국과 그 국민의 재산·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한·일청구권협정)는 조항과 “최종적 및 불가역(不可逆·되돌릴 수 없는)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함’(위안부 합의)이라는 문구를 넣어 피해자들에게 족쇄를 채웠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우리 생각은 들어보지도 않았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일협정 체결 당시에는 무상 3억달러, 유상(차관) 5억달러 총 8억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이 부각됐다. 이번에도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로 규정된 10억엔(약 97억원) 규모의 새로운 재단 설립이 문제 해결의 기준으로 강조되고 있다.
특히 강제 점령의 불법성을 확인하지 못한 한·일협정은 이후 한·일 관계 진전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한·일 위안부 합의도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문제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합의에도 우익 성향 일본 각료나 책임 있는 정치인, 교과서 등이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피해 할머니를 모욕하는 언급을 계속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일 합의에 따라 재단 설립 후 최종적, 불가역적인 해결이 선언되면 정부 차원에서 재론도 쉽지 않아 오히려 향후 한·일 관계와 역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