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사진) 헌법재판소장이 우리 사회 갈등의 완화·조정을 통해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박 헌재소장은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요즘 화제의 드라마인 ‘응답하라 1988’ 열풍에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들어 있다”며 “국민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다양한 의견을 서로 존중하고 힘을 합쳐 밝은 미래를 향한 소망들이 모두 이루어지는 새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1988년은 헌재가 탄생한 해다. 헌재는 1987년 6월항쟁으로 표출된 민주화를 향한 국민의 염원을 토대로 이듬해 출범했다. 박 헌재소장이 헌법기관장의 신년사로는 이색적으로 특정 드라마 제목을 언급한 것은 헌재가 발족한 1988년 당시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국민의 절실한 요구에 올바로 응답해야 한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따뜻한 공동체’를 이룩하려면 다양한 사회적 갈등부터 해소해야 한다. 박 헌재소장은 우리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고용 불안정, 소득 양극화, 교육기회의 차등, 환경 문제, 연금과 복지비용 부담 등을 일일이 언급한 뒤 “헌재가 갈등을 조정·완화하고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더욱 충실히 반영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무엇보다 토론과 소통을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공론의 장’을 더욱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독일을 방문한 박 헌재소장은 프라이부르크 대학 특강에서 “아시아도 유럽처럼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인권보장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며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이날도 그는 “인권과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선도하겠다”는 말로 아시아 국가 헌재들 간의 연대와 국제인권기구 창설 준비에 적극 나설 뜻을 내비쳤다.
통일 준비에 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박 헌재소장은 “우리 곁에 다가올 통일시대에 대비해 남북관계의 변화와 통일 이후 예상되는 헌법 문제와 헌법 질서를 더욱 깊이 연구하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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