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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없는 창업자에 새로운 돈줄… 半은 투자·半은 후원

입력 : 2015-12-31 20:23:56 수정 : 2016-04-13 18: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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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나눔이 미래다] 금융공유 ‘크라우드펀딩’ 확산
#1. 지난해 6월 개봉돼 누적관객 6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연평해전’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촬영비를 모았다. 제작비 부족 탓에 멈춰 있던 영화사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2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전체 제작비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 일반인들의 소액 투자로 힘을 받은 영화는 비로소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2. A씨는 최근 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150만원 대출 신청 글을 올렸다. 이미 은행권은 물론 대부업체를 통해 한도까지 대출을 받은 A씨는 아내의 2차 수술비에 들어갈 목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우연히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알게 된 A씨는 사연과 대출이율, 상환계획 등을 작성해 글을 올렸다. 현재 목표 대출액의 40%가량이 달성된 상태다.


위의 두 사례는 아직은 낯선 개념인 크라우드펀딩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다가왔는지를 보여준다. 크라우드펀딩은 금융분야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이란 말 그대로 ‘군중’(크라우드)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펀딩) 것으로, 영화·드라마 제작뿐만 아니라 창업·개인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크라우드펀딩·대안금융… 새롭게 떠오르는 ‘금융공유’

공유경제에서 금융은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업계는 2015년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가 34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5년 전(8억5400만달러)에 비해 40배 가까이 뛴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은 △P2P(개인 대 개인) 대출형 △기부 또는 보상 기반의 자금 제공형 △지분 투자형(증권형)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돈을 필요로 하는 쪽에서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투자자에게도 금액이 크지 않은 만큼 위험성이 작다는 게 장점이다. 일정 부분 투자와 후원이 공존하는 방식이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크라우드펀딩 모집금액은 2012년 50억원에서 2013년 200억원, 2014년 40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약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크라우드펀딩의 대표라 할 수 있는 팝펀딩은 P2P 대출 업체다. 2007년 첫 서비스 이후 약 2000건의 대출이 체결됐고, 약 93%의 상환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 대부업체 상환율(87∼89%)을 웃도는 수치다. 이곳에서는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대출 목적과 금액, 이율, 상환계획 등을 직접 제시한다. 이를 본 투자자들이 최소 1000원(1단위)부터 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동산(재고자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 ‘박원순 펀드’처럼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빌리는 정치인 펀드도 있다. 팝펀딩 외에도 텀블벅, 유캔펀딩, 굿펀딩, 와디즈 등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서비스되고 있다.

◆스타트업에겐 기회·개인에겐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

크라우드펀딩은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활기를 더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투자금을 조달하고, 대가로 투자자에게 지분을 나눠줄 수 있게 한 게 핵심이다.

P2P 대출형과 함께 2015년부터 지분투자형이 가능하게 되면서 개인들의 투자처가 하나 더 생겨난 셈이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상환기간에 대출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부담을 덜어 회사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게 됐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3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차량공유 스타트업 ‘쏘카’도 지분투자형이 가능했다면, 대출금 상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쏘카는 투자자들에게 12개월 안에 금리 연 4.5%를 적용해 월납입 형태로 투자금을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정부도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알리기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월부터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돌며 순회설명회를 갖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이 성공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펀딩에 올라오는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 수준이 많아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 올라온 정보기술(IT) 관련 개발계획에서도 모금액을 달성한 사업 가운데 제품 개발에 실패한 경우가 75%에 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은 창업 초기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만약의 경우 손실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당 투자금액을 제한하고 있지만, 투자자들도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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