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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피해자들, 신체활동 통해 상처 치유해야”

입력 : 2016-01-24 21:00:35 수정 : 2016-01-25 09: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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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M 심리지원가 스키니나 박사 덥수룩한 수염에 푸근한 미소를 띠며 나타난 그의 인상은 ‘박사’라는 타이틀보다 ‘아저씨’에 가까웠다.

30개국을 다니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재치와 유머를 섞은 대화로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기자에게 생소한 전문적인 분야는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줬다.

21일 서울 남대문의 한 카페에서 국제이주기구(IOM)의 심리지원가 굴리엘모 스키니나 박사를 만났다. 스키니나 박사는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주요 재난지역을 다니며 피해자들에게 심리·사회적 지원을 총괄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등 국가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국인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자세를 바로 한 뒤 답변을 시작했다. 

국제이주기구(IOM) 굴리엘모 스키니나 박사가 21일 서울 남대문의 한 카페에서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 재난 피해자 심리지원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심리지원을 위해 ‘트라우마 센터’를 분리해 만드는 게 오히려 치료에 독이 됩니다.”

스키니나 박사는 “좀 더 자연스러운 치료방법이 필요하다”며 “트라우마 센터라고 명명하는 것 자체만으로 재난 피해자들이 자신을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해 위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센터뿐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 전체가 각 분야에서 심리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치료 방법도 ‘대화’보다 ‘활동’에 방점을 찍을 것을 강조했다. 스키니나 박사는 “머릿속의 안 좋은 기억을 끄집어 내 대화로 푸는 것은 근본적인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은 자신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상상 속 공포에 시달린다”며 “머릿속에서 시작한 생각은 팔, 다리로 뻗어나가 몸을 긴장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손과 발을 쓰면서 트라우마가 만든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만난 한 이라크 소년 후세인은 기타연주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해냈다. 이라크전 당시 10세였던 이 소년은 부모를 잃고 레바논으로 피난을 갔다가 스키니나 박사팀을 만났다. 스키니나 박사는 “그때 후세인이 이라크에서 유일하게 들고 나온 게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작은 기타였다”며 “우리는 진지한 상담보다 그저 후세인이 즐겁게 기타를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전쟁이 끝난 뒤 이라크로 돌아간 후세인은 바그다드 음대에 입학했으며 독일에서 거리연주를 하다가 음반까지 냈다.

스키니나 박사는 “한국에는 심리분야에 훌륭한 전문가들이 많다”며 “이들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면 세월호 트라우마 등 재난으로 발생한 한국인들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사후 처방보다 지속적인 심리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키니나 박사는 “어느 곳이든 재난위험은 항상 존재하고 사람에 따라 트라우마가 나타나는 시점도 다르다”며 “이벤트 식의 심리치료보다 언제든 지원가능한 센터나 기구가 설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분단국가인 한국처럼 전쟁위험이 상존하는 사회에서는 심리지원 분야의 발전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IOM 한국대표부가 주최한 ‘재난 시 심리·사회적 지원 국제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온 스키니나 박사는 인터뷰 다음날 ‘부탄 난민’들의 심리지원을 위해 네팔로 떠났다. 이날 워크숍에는 스키니나 박사 외에 국내외 전문가 300여 명이 참여해 재난 피해자를 위한 지원 정책과 사례를 공유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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