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과정 자금지원 시사한 듯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경색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당장 9조원가량 증액한 중소기업 지원용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내달부터 본격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와 정치권이 해운과 조선 등 산업계 구조개편에 본격 나서면서 그 여파로 기업대출이 위축될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금융협의회를 열고 기업 구조조정에 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순이자마진 축소와 일부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한 기업실적 부진 등으로 은행의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 추진되면 은행의 경영 여건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들이 ‘옥석 가리기’를 잘해 우량기업까지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일이 없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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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의 손실 흡수력이 양호한 데다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내달 금융중개지원대출 실적 추이와 시장 상황부터 지켜봐야 한다”며 “그 뒤에야 추가 대책을 마련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금융협의회 참석자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 이 과정에서 은행의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 손실흡수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은 측은 전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수출과 설비투자, 창업, 고용 증가로 이어지도록 노력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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