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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언어로 소통… 유쾌한 무대 ‘찰떡호흡’ 선사”

입력 : 2017-03-19 21:39:16 수정 : 2017-03-19 21: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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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주역 맡은 황혜민·오콤비얀바
몽골에서 온 발레리노가 입단하자마자 유니버설발레단(UBC) 주역을 꿰찼다. 무대도 1500석이 넘는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이다. 행운의 주인공은 간토지 오콤비얀바(27). 올해 UBC 솔리스트로 합류한 그는 내달 5∼9일 ‘돈키호테’ 바질 역으로 한국 관객과 인사한다. 상대 주역인 키트리는 입단 15년차, UBC 얼굴인 황혜민(39)이 맡았다. 한창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을 16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제 생애 첫 해외 오디션이었는데 바로 들어오라 해서 정말 놀랐어요.” 오콤비얀바는 올해 초 UBC 합격 소식을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UBC 입단은 그가 전부터 품어온 바람이다. 몽골 국립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그는 수년 전 동료 무용수로부터 UBC 얘기를 들었다. 유튜브에 접속했다. UBC ‘백조의 호수’ 영상을 보고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았다. 하지만 “영어도 못 하고 어떻게 입단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에서 간토지 오콤비얀바(왼쪽)와 황혜민이 나란히 주역을 맡는다.
UBC 제공
그는 지난해 이원국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에 초청되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바로 UBC 오디션에 도전해 합격했다. UBC에서 오콤비얀바를 주목한 이유는 우선 깔끔한 기술 때문이다. 그는 회전·점프를 안정감 있게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돈키호테’는 바질의 독무에서 점프와 회전이 돋보이는 동작이 많다. 황혜민은 “오콤비얀바는 바질 역에 딱 맞는 스타일의 기술을 모두 가진 무용수”라며 “파트너로서 호흡도 좋다”고 전했다. “저는 남자 무용수와 파트너십에 많이 민감해요. 오콤비얀바는 파트너로서 호흡이 잘 맞아서 놀랐어요.”

황혜민은 2003년 ‘돈키호테’ 주역을 처음 했다. 그는 “거의 모든 작품을 상임객원수석인 엄재용씨와 했는데 ‘돈키호테’는 유일하게 여러 파트너와 해봤다”며 “2005년에 이현준씨, 2011년에는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파트너였다”고 밝혔다. “오콤비얀바는 네 번째 파트너인데, 오랜만에 어린 무용수와 하니 신선하고 재밌어요. 외국인이어서 느껴지는 벽은 전혀 없어요. 발레의 언어는 춤이기 때문이에요. 몸으로 추는 언어라 연습실에 어느 나라 사람이 들어오든 다 통해요.”

오콤비얀바 역시 황혜민에 대해 “놀랍다”며 “인간적으로도 굉장히 따뜻하고 친절하다”고 감사해했다. 황혜민의 말대로 그는 웃는 인상이 선하고 편하다. “긍정적이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이라 무용하면서 좌절하거나 우울한 순간도 없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는 10살 때 발레를 시작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는 아들을 발레학교에 입학시켰다. 친구들이 놀렸다. “발레를 한다고 하니 다들 웃고 ‘너 타이즈 입는구나’라며 놀렸어요. 게다가 초반 2년은 제가 생각한 춤이 아니었어요. 몸을 똑바로 펴라며 기본 자세만 반복했어요.” 선생님마저 엄격했다. 잘못하면 가차 없이 혼냈다. 부 모님께 힘들고 지루해 못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이 부모님께 ‘강하게 밀어붙일 테니 이해해달라’고 미리 양해를 구한 건 나중에야 알았다.

“발레가 재밌어진 건 13, 14살 때쯤 ‘겐자노의 꽃축제’라는 작품으로 러시아·중국 투어를 하면서였어요. 무대에 있는 게 너무 즐겁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후 그는 미국 잉글리시내셔널발레 아카데미를 장학생으로 수료하고 몽골 국립오페라 발레단에서 10년간 일했다. 그는 “몽골 발레는 지금까지 아시아 다른 국가보다 수준이 정체됐었다”며 “앞으로 점점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일단 그의 목표는 UBC에서 “실력을 쌓아가며 최고 수준이 되는 것”이다. ‘돈키호테’는 이를 위한 첫 시험대다. 이 작품은 발레로는 드물게 희극이다. 플라멩코, 투우사의 춤 등 화려하고 강렬한 볼거리를 갖췄다. 3막 키트리와 바질의 그랑 파드되는 작품의 백미다. 발레리나의 32회전 푸에테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진다. 황혜민은 “32회전은 마지막 제일 힘들 때 해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시키며 끌고 가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이 UBC가 올리는 6년 만의 ‘돈키호테’임을 감안하면 그에게는 마지막 ‘키트리’일 가능성이 높다. “비극 작품인데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떠올리면 되게 슬플 거예요. 그런데 이 작품은 희극이라 재밌게 즐기면서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에게도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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