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현대생활 방식에서는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쌀 자체를 팔려고 하지 말고, 즉석식품이나 다른 품목을 개발해야 한다. 이보다 더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다단계 유통구조로 인한 가격 상승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유통구조가 지속되는 한 이런 악순환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40대 주부 B씨)
"요즘 과일가격이 비싸다고 아우성이던데, 먼저 유통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중간상이 한곳이면 됐지 도대체 몇 단계를 거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니 생산자는 값을 올려 받지 못하고, 소비자들은 비싼 돈을 지급해야 한다. 농민들과 직거래를 늘려 가격을 낮추면 소비자들도 좋아할 것이다."(50대 자영업자 C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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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파동에다 쌀과 과일 가격의 폭락까지 덮치면서 농촌이 잇따른 악재로 시름하고 있다.
3300만마리를 도살처분한 양계농가는 재입식(기르기)도 제대로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구제역 사태에 한우 매출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기간에 걸친 경기불황 탓에 소비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쌀과 과일의 재고는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에 의욕을 상실한 농민들은 "출구가 없다"면서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가축 질병에 타격 입은 축산농가, 재기 위한 사투
가축 질병에 타격을 입은 축산 농가는 재기를 위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지난 겨울 사상 최악의 AI 사태로 전국 340개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닭과 오리 330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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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올해 들어 추가 발생은 없었지만, AI 파동을 겪은 가금류 농가는 아직 재입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제역 파동으로 자식처럼 키운 수천마리의 소를 땅에 묻은 한우·젖소농가는 판로까지 막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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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안동의 한 축산농가에서 공수의사가 소에게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
쌀 소비 역시 30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지면서, 농가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1.9㎏으로, 30년 전인 1986년(127.7㎏)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가 줄어들면서 전체 쌀 수요가 감소, 가격이 내려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형편이다.
본격적인 영농(營農)철이지만, 농가들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벼 생산면적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쌀값 하락 방어 위해 벼 생산면적 줄이는 것도 고민해야
경기 불황에다 청탁금지법 시행까지 겹쳐 선물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과일 판매도 급감했다.
이맘때면 전년 가을 수확한 사과가 90%가량 출하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농가마다 재고가 40∼50% 쌓여 있다.
바나나와 오렌지 등 비교적 값이 저렴하고 당도가 높은 외국산 과일이 빠른 속도로 대체하는 것도 국내 과수농가 입장에서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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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지 과일가격 역시 급락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사과는 10㎏들이 한 상자에 3만원 정도는 돼야 포장비·운송비를 제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데, 현재는 2만원 초반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브랜드와 품질에 따라 1만5000원 안팎인 상품도 있다.
농가들은 출혈을 감수하고 할인 판매나 가공용 처분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자칫 쌓아놓은 과일을 썩혀 폐기 처분하는 최악의 사태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여러 악재가 동시에 터진 농촌은 일할 의욕마저 잃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수입 농산물의 잠식 확대로 시장 환경까지 갈수록 악화되면서 농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까 걱정된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잖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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