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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길] “열정과 혁신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레드오션에도 ‘성공의 길’은 있다”

입력 : 2017-04-01 03:00:00 수정 : 2017-04-03 17: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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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 창업 성공’ 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
대한민국의 장년은 조기퇴직과 노후 걱정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은 한때 산업화의 주역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정든 직장에서 퇴직압박을 받고 있는 처지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도 마흔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당당하게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회사를 일군 한 장년 사업가에게 눈길이 쏠린다.

박설웅(54) 에스디생명공학 대표는 늦깎이 창업가이다. 금융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46세에 화장품에 빠져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화장품업계의 애플이 되자’는 모토를 내걸고 회사를 세웠다. 아이디어와 혁신만 있다면 세계적인 화장품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에 있는 회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회사문을 열고 들어서자 입구 한쪽에는 마스크팩을 비롯한 화장품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제품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무실을 가득 메운 20∼30대 직원들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제품을 상담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느라 젊은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대표 사무실은 상장회사 대표의 집무공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탈했다. 책상과 책장, 회의용 탁자가 전부였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졸업과 동시에 현대종합금융에 입사하면서 금융계에 발을 내디뎠다. 일본장기신용은행과 현대선물을 거쳐 벤처캐피털회사에서 심사역으로 3년 동안 근무했다. 이후 그는 바오벤처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4년 동안 일하면서 자금과 제품을 화장품 회사의 방문판매 부문에 납품하는 생산관리도 맡았다. 이때 화장품회사의 유통망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관찰한 것이 화장품 회사를 창업하는 데 도움이 됐다.

“2008년 마흔여섯에 창업하겠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모두 말렸어요. 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학비와 학원비를 벌어야 하는 등 한창 돈이 들어갈 때인데 왜 있는 돈을 전부 쏟아붓는 창업에 나서냐고 나리였어요.”

의욕으로 시작한 창업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창업 1년 만에 중학교 동창인 의사친구가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위기에 빠졌다. 초기 투자자금을 친구에게 돌려주고 회사 경비로 소진하면서 자금 압박에 놓였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연구개발비에 투입했다.

창업 당시 국내 화장품업계는 사양산업에 접었들었지만 회사는 850개에 이르렀다. 그는 “화장품업계가 내수산업 위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화장품회사를 창업하겠다고 얘기하자 주변에서 걱정이 컸다”며 “하지만 블루오션에서도 망하는 회사가 있고 레드오션에서도 되는 회사가 있듯이 ‘하기 나름이다’라는 열정 하나로 뛰어들었다”고 회고했다.

창업하면서 상장을 염두에 둔 그는 회사 재무제표의 건전성을 위해 가급적 불필요한 경비는 과감하게 줄였다. 해외출장 경비는 개인 돈으로 충당했고 급여는 최소화했다. 그는 창업 이후 5년 동안 월급을 250만원만 받으면서 회사의 재무구조를 다졌다.

경비를 아껴가면서 제품개발에 주력한 덕분에 그가 만든 비비크림은 회사의 기반을 굳건히 하는 데 한몫했다. 2009년 때마침 일본에서 한류바람이 불어 비비크림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일본 수출로 번 수익금은 회사 운영과 국내 영업에 단비 역할을 했다. 이때 탤런트 배용준이 에스디생명공학의 주주로 참여했다.

박 대표는 마케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화장품회사지만 임상실험을 거친 과학적 근거로 효능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개발에 주력한 결과 21개의 기초소재특허권 등록과 37건의 국내외 상표권등록을 따냈다. 기존에 없던 신소재 개발로 제품경쟁력을 높였고 이는 시장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초창기에 만든 여드름 트러블제품은 현재까지 꾸준한 판매를 올릴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박 대표에게 중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2012년 처음 ‘SNP’ 브랜드로 마스크팩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2014년 초 홍콩 사사(SASA)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홍콩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이 마스크팩에 관심을 보이자 박 대표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금, 다이아몬드, 바다제비집을 소재로 한 마스크팩을 선보였다. 애초 금이 들어간 마스크팩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지만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3년 10억원 규모에 머물던 매출액은 2014년 96억원으로 거의 10배나 뛰었다. 2015년 매출액은 740억원으로 치솟았다. 2015년 1월 국내 최초로 만든 동물 모양의 마스크팩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마스크팩에 수달, 판다, 용, 호랑이 모양을 넣은 것이 중국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박 대표는 “바다제비집 마스크 팩에 이어 동물 모양의 마스크팩이 연달아 히트를 치면서 회사 전화가 마비될 정도로 주문이 쇄도했다”며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마스크팩 부문 1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500∼1000원의 저가 마스크팩이 대부분이었던 시장에 3000원짜리 고급 마스크팩을 만들어 팔자는 전략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에스디생명공학에서 만든 마스크팩은 현재까지 누적판매량이 2억장에 이르며 매달 1000만장이 팔릴 만큼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중국에서 마스크팩 하면 SNP라고 인식될 정도다.

박 대표는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면서 예기치 못했던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2014년 몸에 붙이면 지방이 타는 보디패치를 출시했다. 중국에서 100만장의 주문을 받았지만 외주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납품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2개월 후 공장이 가동됐지만 바이어가 타사 제품을 구입한 뒤여서 주문량을 처리하느라 혼이 났다”며 웃음을 지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바르는 콜라겐 슬리핑 팩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용기를 제때 납품받지 못해 확보한 물량마저 수출하지 못하는 좌절도 맛봤다.
박설웅 대표는 29일 “경험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중장년이 창업에 나선다면 청년들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레드오션인 화장품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열정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박 대표는 화장품업계에서 앞장서서 혁신을 추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존 제품을 뛰어넘는 신제품을 내놓는 것은 물론 제품을 포장하는 케이스까지 차별화를 추구한다. 일반적인 마스크팩 제품의 케이스는 사각형이지만 SNP 바다제비집 마스팩의 케이스는 원 모양이다. 홍콩의 사사를 방문해 제품 설명을 했지만 제대로 세워서 진열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중국 현지인들로부터 인기를 끌자 다시 제안하라는 권유를 받아 입점에 성공했다. 동물마스크팩의 케이스는 사전처럼 옆에서 팩을 꺼낼 수 있도록 디자인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박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유비무환을 항상 염두에 둔다. 일본에서 잘 나가던 비비크림이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계기로, 한류바람이 혐한으로 바뀌면서 한류에 기대서는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때부터 박 대표는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중국 소비자 덕분에 회사가 자리를 잡았지만 리스크에 대비했다. 정치적인 문제로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겠다는 판단 아래 제품마다 위생허가를 취득했다. 중국에 법인을 만들어 공장을 세운 뒤에는 현지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현지 법인의 매출은 6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시장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에스디생명공학은 유럽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등 23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30개국까지 늘린다.

그는 국내에서는 마스크팩뿐만 아리라 색조화장품 분야에서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오는 13일 색조브랜드인 셀레뷰를 론칭하고, 별도로 명품 기초화장품도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에서는 현재 200가지의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달말까지 300가지까지 늘릴 계획이다.

박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 마스크팩이 인기를 끌면서 상장까지 했다”며 “색조와 명품화장품을 출시해 중국 현지 브랜드화 등으로 어떤 변수에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실업률 해소책으로 청년창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젊었을 때는 적성에 맞는 회사에 들어가 경험과 안목을 쌓은 뒤 창업을 하는 것이 실패를 줄일 수 있다”며 “청년창업이 자칫하다가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륜과 직업적 경험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가 있는 중장년 창업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그는 겉만 번지름한 회사보다는 실속있고 소비자들로부터 제품을 잘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현재 본사는 서울시신기술창업지원센터에 있다. 초창기 영등포구청에서 운영하는 벤처지원센터에 둥지를 틀자 “화장품회사는 강남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그는 최소한의 경비로 최고의 품질을 만들고 있다는 데 만족하는 실속파다.

국내에 화장품 회사가 1만개가 넘는다. 각 회사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 박 대표는 어설픈 제품을 만들면 외국 바이어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살아남기 위해 혁신을 하다 보니까 전문가들이 한국제품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국화장품이 질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치열한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올해 매출목표를 1800억원 규모로 예상했다. 사드 리스크가 줄어든다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를 국내에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원년으로 삼았다.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다소 낮은 인지도를 극복해 2020년까지 4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박 대표는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중장년도 충분히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며 “서울시와 정부의 창업지원센터를 이용하면 저렴한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고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전투형 모드로 열심히 일한 것이 장년 창업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덧붙였다.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박설웅은
△1963년 서울 출생 △서강대 경제과 졸업 △현대종합금융 △일본장기신용은행 △현대선물 △에스디생명공학 대표 △2015아시아뷰티어워즈 페이스 마스크부문 수상 △2015창조경제벤처창업대전 대통령상 수상 △제53회 무역의 날 1000만불 수출탑 수상 △2017하이서울브랜드기업 ‘수출탑(3000만불) 및 인재채용’ 부문 우수기업 선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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