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간한 ‘2018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는 30대가 24.6명, 40대가 32.5명, 60대가 34.6명으로 나타났다. 10대의 4.9명이던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는 30대부터 급증해 70대 이상에서는 54명, 80대 이상에서는 78.1명에 달한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안정을 찾고 한창 뛰어야할 나이의 청장년층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뭐가 젤 필요한지 알아? 돈이야. 애들은 커가니 돈은 들고 정말 막막하더라고. 거기에 아내는 닥달하고 정말 답이 없더라고. 지금은 후회하는데 그게 답인 것만 같았어. 자신이 없어서 다 내려놓고 싶더라고”
얼마전 자살을 시도했던 40대 가장 김모씨는 그렇게 자신이 했던 극단적 시도에 대해 운을 땠다. 자신의 자살시도를 후회한다면서도 힘든 생활에 도피처가 필요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어 “사업이 실패하고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다”며 “마땅히 하는 일 없이 돈을 구하러 다니고 그렇게 집에 들어가고가 반복되다보니 더 이상 가정을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연령에 따른 동기별 자살 현황을 보면 경제 등 생활문제는 전체 자살자의 동기 중 정신과적 질병 문제 다음으로 많은 23.4%로 나타났다. 경제적 문제는 40대에게 있어 35.5%로 전체 자살 동기 중 가장 많은 동기였고, 50대에서는 30.1%로 두번째로 많은 동기였다.
지난해 10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40대 가장이 추석 연휴에 자살을 시도했다 경찰에 의해 목숨을 구했다. 자영업을 하던 그는 거래처들로부터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명절을 앞두고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 지난 2016년에는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명이 수십억원의 빚더미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녀 2명과 함께 숨진 40대 부부는 운영하던 주유소의 사정이 어려워져 수십억원의 채무에 시달리다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제적인 부분은 대부분 가장들에게 큰 숙제고 고민거리다. 아이들은 커가고 돈이 들어갈 곳은 늘어난다.
특히 경제적 지위가 낮을 수록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경향이 크다. 2016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다르면 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경우 자살 충동 경험이 청장년층인 40, 50대에서 5.7%, 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위 상승 가능성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의 경우 9.7%로 두배 가까이 높았다. 이처럼 경제적인 수준은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장들 뿐만 아니라 집에서 생활하는 가정주부들에게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지난해 자살을 고민했다고 자신을 밝힌 50대 주부 이모씨는 다행히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는 나아가지 않았다. 다행히 남편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고 현재 정신과 통원치료 중이다.
결혼 후 자녀들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이씨는 주변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가정주부였다. 명문대를 다니는 아이들에 고위 공무원인 남편.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던 그녀가 자살을 고민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자살 생각을 경험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높았다. 3700만명의 국민 중 75만명의 남성이, 126만명의 여성이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기서 더 나아가 자살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다는 응답에서도 여성이 1.7%로 남성의 1.1%에 비해 높았다.
지난 3월 우울증을 겪어오던 40대 여성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그녀는 3년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투신하기 직전에 남편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경찰은 신병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자살 현황 및 정책방안에서 김 연구원은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자주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자살충동을 느낀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성 68.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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