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후반의 이모씨는 최근 오피스텔 경비일을 시작했다. 퇴직 후 혼자 집에 있던 이씨는 아내가 죽고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애들 집에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항상 옆에 있던 아내가 죽고 나니 정말 할 것이 없었다”며 “과거에는 교편을 잡으면서 나름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퇴직하고 나니 정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고민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혼자 집에서 덩그러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이렇게 사는게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지금은 경비일이라도 하면서 사람을 다시 만나고 하니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설을 앞두고 광주 북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사는 80대 독거노인이 다쳐 쓰러진 것을 이웃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이 독거노인은 스스로 목과 복부 등을 흉기로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층의 높은 자살률은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 사회적 고립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노인빈곤률의 문제다. 실제로 2016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노후 준비가 된 60대 노년층의 경우 자살 충동 경험 비율이 4.4%에 불과했지만 노후 준비가 안된 노년층은 8.8%로 2배가 높았다. 또 경제적 안정이 된 노년층의 경우 자살 충동이 5.5%에 불과했지만 안정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노년층은 12.5%로 2배 이상 높았다.
이처럼 노년층의 경우 경제적 빈곤 문제가 자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 34개 회원국(평균 13%) 중 가장 높았다. 일본의 노인 빈곤율(19%)보다 심각한 상태다.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간 신뢰가 있다고 생각한 성인의 경우 자살충동 경험이 7%에 불과했지만,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성인의 경우 22.6%로 자살 충동 비율이 3배이상 높았다. 노인의 경우 홀로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격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목원대학교 권중돈 교수와 엄태영, 김유진 박사는 ‘독거노인의 자살위험 영향 요인에 관한 연구’에서 ‘독거노인의 고독감 인식은 무망감 및 자살 위험군 여부에 속할 확률에 대해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고독감을 예방 또는 감소시킬 수 있는 실천적 · 제도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가족이 있는 경우 가족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가족이 없는 경우 가족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사회적 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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