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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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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5 00:20:24 수정 : 2018-06-05 09: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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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원은희
시 ‘귀천’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천상병 시인은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 삶을 고통스러워하거나 세상에 대해 원망하지도 않았다.

천상병 시인은 남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부와 명예보다는 막걸리 한 병 값만 있으면 가난도 고통도 다 잊은 채 세상을 관조하며 살았다.

시인은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은 그다음 날 자신이 꿈꾸는 ‘새날’이 온다고 한다.

새날은 정감에 그득 찬 계절과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이다. 그날은 산다는 것과 아름다움과 사랑을 노래할 수 있는 날이다.

그때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가 되어 시인은 낡은 목청을 뽑을 것이라고 한다.

죽은 후에도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고 싶어 했던 시인은 새가 되어 하늘로 돌아갔다.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현충일이 다가온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영혼의 빈터에 꽃이 피고 새가 울기를.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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