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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 위 20명 한꺼번에 물에 빠져”…생존자가 전한 사고 순간

입력 : 2019-05-30 22:27:56 수정 : 2019-05-30 23: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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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튜브 간신히 잡고 극적 구조 / 칠흑 어둠속 “살려달라” 절규 가득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 당시 화를 면한 생존자들이 전한 참사 상황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살려달라”는 절규만 가득한 악몽의 순간이었다. 사고 당시 갑판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생존자 정모(31)씨는 30일 전날 침몰 상황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정씨는 “물살이 너무 빨라서 사람들이 떠내려가는 순간에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생존자 김모(55)씨의 딸 윤모(32)씨는 “순식간에 배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침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판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물에 빠졌고 1층 선실에서 쉬던 사람들은 아마 배에서 빨리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갑판에는 정씨 말고도 사진을 찍거나 하선을 준비하는 관광객 약 20명이 있었고 나머지 10여명은 아래쪽 선실에 모여 있었다. 윤씨는 유람선을 함께 탄 외조부모·엄마·6세 여아의 3대 가족 행방과 관련해 “배에서 할머니와 아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봤는데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선실에 있었다면…”이라며 울먹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이 한국인 33명 등 35명이 탑승한 유람선(원 안)을 추돌하고 있다. 사고 직후 현지 경찰은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에서 생존자들이 30일 오전(현지시간)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대사관 지원 차량에 오르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정씨는 앞에 구명튜브를 발견했고 있는 힘을 다 짜내 튜브를 잡았다고 한다. 정씨는 구명튜브에 연결된 줄을 근처에 있던 윤씨 쪽으로 던져 함께 튜브에 매달렸다. 두 사람은 튜브에 의지해 조금씩 떠밀려 갔다고 한다. 이들은 물속에 빠진 유람선 승객들의 머리가 오르내리는 걸 지켜보면서도 도와줄 수 없어 애타게 눈물만 쏟았다고 한다. 생존자 안모(60)씨는 수영을 하며 간신히 버티다 주변의 다른 유람선에 탄 선원이 내민 손을 간신히 붙잡고 안도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는 “손을 계속 붙잡고 버티려고 했지만 미끄러져서 결국 떠내려갔다”며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떠내려온 물병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안씨로선 절망과 희망이 교차했던,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전날 밤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유람선과 부딪힌 대형 유람선 '바이킹 시긴'(Viking Sigyn)의 선체 아랫 부분에 30일(현지시간) 파손 흔적이 선명하다. 연합뉴스

생존자들은 사고 후 전혀 구조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더욱이 유람선을 추돌한 바이킹 시긴은 사고를 낸 후 구호조처도 없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운항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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