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4·15총선 선거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사회가 혼란한 틈을 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체결 지연으로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자 이를 이용, 한·미 두 나라 사이를 이간질하고 한국의 방위 태세를 더욱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하시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시찰에서 전투기들의 출격 준비 상태와 서부지구 영공방어임무 수행 정형을 파악한 뒤 추격습격기연대의 노고를 치하했다. 최우수 비행사들과 만나 담화도 나눴다고 한다.
전투비행사들은 김 위원장이 서 있는 지휘소 상공을 초저공 비행으로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중목표를 추격·포착해 소멸하는 공중전투 훈련도 진행했다.
이를 지켜본 김 위원장은 “언제나 당의 명령과 부름에 충실한 비행사들의 노고와 헌신에 깊이 감동된다. 연대의 전체 전투비행사들과 군인들, 군인 가족들에게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흰색 셔츠와 베이지색 바지 등 가벼운 차림으로 등장했다. 지난 9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포사격 훈련 때와 동일한 차림새였다. 일부 간부들은 코로나19를 우려한듯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평양에서 멀지 않은 지방에서 박격포 사격훈련을 지도했다. 연달아 항공군 훈련까지 시찰하고 평양에 복귀해 지난 11일 당 정치국 회의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항공군 훈련 장소가 어디인지는 보도되지 않았으나 옛 소련제 미그29기로 추정되는 전투기가 등장한 점을 감안할 때 훈련 장소는 수도 평양 인근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9일 포사격 훈련에 이어 전투기 출격 훈련까지 하고 이를 김 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점에 비춰 한국을 상대로 한 무력시위 성격이 커 보인다. 북한은 언제든 한국을 침공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고 있음을 과시했다는 뜻이다.
마침 한국은 4·15총선 선거운동과 코로나19 방역으로 사회가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 한·미 SMA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며 결렬됨에 따라 한·미 군사동맹의 결속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부석종 신임 해군참모총장의 진급 및 보직 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군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각별히 당부한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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