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공개 행보를 중단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싸고 원산 휴양설과 건강 이상설 등 엇갈린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각종 오보 속에서 40여일간 잠행한 경우도 있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여러 억측도 사라질 전망이다. 북한 대내용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26일 ‘최고 존엄’ 신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에 반응 없이 김 위원장이 삼지연시 건설에 참여한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는 단순 동정 보도만 했다.
◆문정인 특보 “13일부터 원산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이날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 “김 위원장은 4월13일 이후 원산에서 머물고 있다”며 “살아있으며 건강하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또 “아직 아무런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김 위원장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원산에서 휴양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토대로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21일 이후 북한 원산 휴양시설 인근에 있는 역에 정차 중이라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38노스는 “열차의 존재는 북한 지도자의 행방을 증명하거나 건강에 관해 어떤 것도 시사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김 위원장이 북한의 동부 해안에 있는 엘리트 지역에 머물고 있음에 무게를 실어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원산행 가능성은 23일 일본 산케이신문과 도쿄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특히 도쿄신문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경호 요원 중에 감염자가 나와 경비태세에 불안을 느껴 원산으로 피신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김 위원장을 경호하는 호위사령부나 노동당 중앙위 본부 청사 등 근접 거리 근무자 중 감염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 발표에 대해 국제사회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북한 주장과는 달리 적어도 26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면 치명률 등을 감안할 때 감염자가 1만명 이상 발생했을 수 있다.
◆“식물인간 상태” 건강이상 주장도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원산행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행사에 불참한 것은 잘 설명되지 않는다. 주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어도 북한 정권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 이는 김 위원장 주변이 아닌 본인 신상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여러 설로 연결되고 있다. 이 경우 원산행이 사실이라면 예방용이 아닌 치료용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상에 대한 중국 당국의 언급이나 중국 공식 매체의 보도는 예전부터 금기 사안이다. 중국 정부·공식 매체와는 달리 웨이보와 같은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김 위원장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각종 소문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일본 주간지 슈칸겐다이 곤도 다이스케(近藤大介) 편집위원은 24일 중국 의료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식물인간설을 전하면서 북한 측 요청으로 중국 측이 인민해방군 301병원 전문의 등 의료진 약 50명을 북한에 파견했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중국 측이 301병원에서 의료전문가팀 약 50명을 23일 또는 그전에 북한에 파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하면서도 “건강 악화설이 나온 김 위원장과의 관련성은 명확하지 않으며 양측이 코로나19 대응에서 협력 태세를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베이징·워싱턴=김청중·이우승·정재영 특파원,홍주형 기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