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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사형폐지국’ 지난해 검찰 사형 구형 9건…최근 4년 매년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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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02 20:00:00 수정 : 2023-10-02 19: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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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사형 시설을 점검하면서 ‘사형제 부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1심 재판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피고인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면서 검찰이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대안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까지 나오면서 검찰의 사형 구형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형 집행 멈추며 선고·구형도 줄어…2016년 마지막 사형 선고 확정

 

2일 대검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심 선고 판결이 내려진 사건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피고인은 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21명에서 9명으로 반토막 난 것이다. 연도별로는 2014년 25명, 2015년 25명, 2016년 24명, 2017년 12명, 2018년 14명, 2019년 16명, 2020년 15명, 2021년 11명으로 최근 4년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연도별 1심 선고 사건 중 구형내용이 사형인 인원수. 대검찰청 제공

우리나라가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검찰의 사형 구형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을 끝으로 25년여 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형 선고가 확정됐지만 형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미집행자로 지내다가 생을 마감한 사람은 1998년부터 올해 6월까지 25년간 1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확정받은 사형수의 인원도 확연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에 따르면 군형법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미집행자를 제외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년 간 사형선고를 확정받은 범죄자는 1명뿐이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전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20대 대학생 장모씨가 2015년 8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군형법에 따라 가장 최근 사형이 확정된 범죄자는 2014년 전방부대인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이다. 그는 2016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국군교도소에 수용돼 있다.

 

◆대법원 “가석방 없는 종신형 대안으로 사형 선고 부적절”

 

최근 대법원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사형 구형과 선고 사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과 하급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가석방으로 석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형을 구형∙선고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을 선고받아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형수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을 경우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미집행자로 생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7월 이같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28)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내며 “원심이 사형 선고의 근거로 든 내용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씨는 2021년 12월21일 공주교도소 수용 거실 안에서 같은 방 40대 수용자의 목을 조르고 가슴 부위를 발로 여러 차례 가격하는 폭행 끝에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이미 2019년 충남 계룡시에서 금을 거래하러 온 40대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금 100돈과 승용차를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무기징역을 확정 받고 복역 중인 상태였다. 1심은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되는 무기징역과 달리 사형은 사면이나 감형이 없는 한 계속해서 교정시설에 수용돼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으로 기능하는 측면도 있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대안으로 사형을 선고할 수 없다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게 형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재범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는 범죄자들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가능한 형벌은 사형이랑 가석방 없는 종신형인데 사형은 사실상 사문화됐기 때문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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