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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흥국생명이 유리한데 자꾸만 2년 전 ‘아픈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르는 이유는? 정관장의 부상 투혼+부키리치의 갈수록 나아지는 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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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5 12:52:06 수정 : 2025-04-05 12: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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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유리한 건 흥국생명이다. 그런데 자꾸 2년 전 아프고 쓰라렸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한다. 챔피언결정전 3전 3승으로 통합우승 달성에 딱 한 세트를 남겨놓고 3,4,5세트를 내리 내주며 ‘리버스 스윕’ 패배를 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설마 2년 전 도로공사에 당했던 챔프전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 시리즈 패배의 복선일까?

 

흥국생명은 지난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서 정관장에게 1,2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3,4,5세트를 연달아 허용하며 세트 스코어 2-3(25-21 36-34 22-25 19-25 11-15)로 패했다.

 

인천 안방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잡으며 기분 좋게 대전 원정에 내려와 다시 인천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수단 전체가 마음 먹고 왔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4차전까지 내줄 경우 인천에서 ‘사생결단’을 내야한다. 무조건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고픈 흥국생명이다.

 

3차전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그는 “오늘 이기고 싶다. 2년 전 일도 있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기에 경기 하나하나만 생각하려고 한다. 지난 2차전도 세트 스코어 0-2로 뒤지다 뒤집었다. 매 경기 새로운 페이지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일을 먼저 언급한 것에 대해’ 묻자 아본단자 감독은 “몇 번이나 반복해 얘기하긴 했지만, 2년 전 흥구생명과 지금의 흥국생명은 다르다. 팀원 구성 자체가 김연경 빼고는 다 달라졌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는 팀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1,2세트만 해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미 2승으로 시리즈 분위기를 장악한 흥국생명 선수들의 몸놀림은 정관장을 압도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 역시 팬들은 그가 코트에 서는 모습을 한 경기라도 더 보고싶어하는 바람과는 달리, 시리즈를 길게 끌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는 듯 했다. 1세트부터 7점을 맹폭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2세트도 치열한 듀스 접전 끝에 잡아냈다. 34-34에서 김연경이 등 뒤에서 어렵게 올라오는 오픈 토스를 깔끔하게 처리해내며 세트포인트를 따냈다. 이어 김연경이 네트에 다소 붙은 퀵오픈 토스를 상대 블로킹을 이용해 쑥 밀어넣어 기어코 2세트를 가져왔다.

 

남은 건 이제 딱 한 세트. 그러나 갑자기 경기 양상이 변했다. ‘배수진’을 친 정관장 선수들은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한 세트라도 따내겠다는 마음으로 집중력이 극한까지 올랐다. 반면 이제 한 세트만 남겨놓은 흥국생명은 집중력을 다소 흐트러졌다. 이 조그만 틈이 이날 승부를 갈랐다.

 

1,2세트만 해도 범실이 두려워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던 부키리치가 “범실을 두려워말고 공격해라. 그냥 넘겨주면 상대에게 거저 득점을 주는 꼴이 된다”라는 고희진 감독의 일갈에 과감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부키치리가 터지자 2세트에만 혼자 16점을 올리는 등 과도한 짐을 짊어졌던 메가도 잘 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디어 정관장의 ‘전가의 보도’인 인도네시아-세르비아 쌍포가 터지자 순식간에 3,4세트를 집어삼키고 승부는 5세트로 향했다.

 

정규리그에서 정관장은 전체 36경기 중 절반이 넘는 무려 19경기나 풀 세트를 치른 팀이다. 풀 세트 성적은 13승6패. 경기 뒤 정관장 세터 염혜선은 “7개 구단 통틀어 비시즌 동안 체력 운동은 우리가 가장 많이 했다고 자부한다. 5세트 시작 전에도 후배들에게 ‘우리, 5세트 좋아하잖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체력에는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5세트에도 메-부 쌍포는 11점을 합작하며 폭발했다. 반면 2차전 5세트에서 혼자 6점을 내며 코트를 지배했던 김연경은 2세트에만 14점을 폭발시킨 여파가 있었을까. 5세트엔 단 3점에 그쳤다. 공격 효율은 –12.5%까지 떨어졌다. 2세트까지 21점을 터뜨렸던 김연경은 3~5세트에 단 8점에 그쳤다. 그렇게 정관장이 기적같은 ‘리버스 스윕’ 승리를 가져왔다.

 

여전히 남은 2경기 중 1승만 따내면 되는 흥국생명이 유리한건 사실이지만, 시리즈 분위기가 스멀스멀 정관장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정관장 쌍포의 한 축인 부키리치의 몸 상태가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 흥국생명에겐 큰 걱정거리다. 이날 경기 뒤 수훈선수로 노란, 염혜선과 함께 인터뷰실을 찾은 부키리치는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루 건너 이미 6경기를 소화했는데, 몸 상태가 좋아졌다는 게 사실인가’라고 되묻자 “쓸수록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움직임도 그렇고, 이제는 공격 훈련도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직선 코스 훈련을 많이 한 게 이날 나타나기도 했다”라고 답했다.

 

이번 봄 배구들어 무릎 부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 세터 염혜선도, 등 근육 손상으로 챔프전 1차전을 결장했지만, 2차전에 진통제 투혼을 발휘한 뒤 3차전에는 그마저도 끊고 경기에 나서고 있는 리베로 노란까지. 두 선수가 안 뛴 봄 배구 경기는 패했지만, 둘 다 뛰면 승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가는 정관장이다. 두 선수 모두 몸은 만신창이지만 입을 모아 인천행 버스를 타겠다는 각오다.

 

염혜선은 “일어나면 뛸지 말지 결정한다기 보다 어떻게든 뛰기 위해 몸을 만드려고 하고 있다. 세터로 가장 많이 뛴 제가 빠지면 타격이 크니까. 코트에서 죽자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라고 말하자 노란도 “주변에서 강요하거나 이런 건 없다. 그저 뛰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해 너무 고생했다. 이대로 끝나면 허탈할 것 같아서 너무 아프지만 않으면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과연 6일 열리는 4차전 승부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아직은 절대 유리한 고지에 있는 흥국생명일까. 기적적으로 생환하며 승부를 4차전까지 끌고 온 정관장일까. 결국 공 하나 싸움이다.


대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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