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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에서 빛난 일본인 시민의식

입력 : 2016-04-17 19:06:10 수정 : 2016-04-17 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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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씩 줄서서 물 배급 새치기 없어
4명에 죽 한 그릇… 질서 잃지 않고 감사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강진 피해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까스로 생명을 건지거나 안타깝게 숨을 거둔 현장의 사연들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대중교통이 끊기고 단전·단수가 이어졌지만 주민들은 질서를 잃지 않았고, 피난소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시민정신을 발휘했다.

17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전날 오전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에 무너진 구마모토현 미나미아소무라(南阿蘇村)의 아파트에서는 생사가 갈렸다. 도카이(東海)대 농학부 3학년 와시즈 도모유키(鷲頭朋之·22)씨는 무너진 아파트의 천장과 바닥 사이에 끼었다가 가까스로 구출됐다. 그는 천장이 점점 내려앉자 휴대전화로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유서까지 썼지만, 앞서 탈출한 친구들의 목소리에 공포심을 이기고 결국 구출됐다.

첫 지진 이후 피난하지 않은 우치무라 무네하루(內村宗春·83)씨도 변을 당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14일 발생한 지진에 구마모토현 마시키마치(益城町)에 있는 우치무라씨의 집은 별로 부서지지 않았다. 그는 102세인 어머니가 피난소 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 집에 머물다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집이 무너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매몰자들의 생사가 확인되면서 피해가 늘고 있지만 절박한 상황에서도 질서의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빛났다.

단수로 물을 구하기 힘든 구마모토시에서는 상하수도국에 몇시간씩 줄을 서서 물을 배급받고 있다. 새치기하거나 정량보다 더 받아가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목격되지 않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공무원도 없었다.

정식 피난소인 스나토리 초등학교에서는 이날 아침식사로 죽 배급이 이뤄졌다. 가족 4명에 죽 한 그릇이 고작이었지만, 죽을 더 배급받기 위해 또다시 줄을 서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배급을 맡은 한 여성은 “1차 배급이 끝나고 남으면 더 달라는 사람에게 주는데, 더 달라고 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여덟 식구가 두 그릇의 죽을 배급받은 노하라씨 가족은 “이 정도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구마모토=우상규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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