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니가 가라, 세종에'…광화문시대 부처 이전 불가피

입력 : 2017-05-10 06:00:00 수정 : 2017-05-10 02:26:2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문재인 당선자가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이른바 '광화문 시대'가 열리게 됐다.

문 당선자는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 이어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집권하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광화문의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라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정부종합청사에 자리를 튼 몇몇 부처의 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당선자가 더불어 헌법 개정을 통한 세종시의 행정수도 명문화를 공약으로 채택한 만큼 서울청사에서 밀려난 부처의 행선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관가의 전언이다. 

정부서울청사 본관
서울청사는 본관과 별관으로 이뤄져 있다.

별관(지하 6~18층)은 외교부가 전용하고 있어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곳은 본관밖에 없다.

본관(지하 3~19층)을 살펴보면 1층에는 국민안전처 중앙재난대책본부가, 2층에는 청사관리소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정부 부처로는 통일부(6~8층)와 행정자치부(3, 5, 8, 10~12, 19층), 여성가족부(17~18층), 금융위원회(3, 15~16층)가 배치돼 있다.

이밖에 개인정보위원회와 지역발전위원회가 4층에 터를 잡고 있다, 

◆대통령 집무 관련 인력만 800명선

어떤 부처가 세종시행 하행선을 탈지 알아보려면 먼저 청와대에서 이전해야 할 인력부터 살펴보는 순서다.
 
대통령은 비서실과 경호실 등의 보좌를 받는다.

따라서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청사로 옮기면 비서실과 경호실의 인력 거의 대부분도 따라와야 한다.

비서실의 인력 규모는 정권에 따라 달라졌지만 450여명 안팎이 보통이다. 경호실도 행정을 뺀 경호인력만 360명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적합한 수준의 인원만 청와대에서 옮겨와도 800여명이 서울청사 내에 방을 구해야 한다. 

정부세종청사
◆행자부와 여성부 방 빼야 할 듯

관가 안팎에서는 통일부와 금융위가 대통령 지근거리에 남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먼저 문 당선자가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편 이전 정부와 달리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도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한결같이 밝혀온 만큼 통일문제와 관련한 국정 운영은 직접 중점적으로 챙길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배경으로 볼 때 통일부는 언제든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해야 하기에 청사에 남거나 다른 곳으로 옮길지라도 광화문 인근이 유력하다.

금융위 역시 서울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은 정부 차원에서 이미 종합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바 있다. 아울러 서울을 경제수도로 육성하겠다는 문 당선자의 구상과도 금융위는 관련이 깊다.
 
행자부와 여성부는 사정이 다르다. 

앞서 세종시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 대책위원회'가 문 당선자의 후보 시절 '개헌을 통한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 등에 대한 답변서를 요구해 받은 결과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육성하고자 행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를 이전하고, 국회 분원 설치를 추진해 개헌 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딱히 갈 데가 없는 여성부 역시 경기 정부과천청사에 터를 잡은 미래부와 함께 세종시행이 점쳐진다. 다만 문 당선자가 몸담은 참여정부에서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확대시켰고, 차기 정부에서 더 큰 역할을 맡기겠다고까지 공언한 만큼 다른 운명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청사로 이주한 정부부처 공무원의 상당수가 기러기 신세임을 미뤄보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불똥을 맞을 이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전망이다.

물론 지발위 등도 당연히 서울청사에서 나가야 하겠지만 세종행보다는 서울 시내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실현 여부는 미지수, 경호에 따른 시민불편 예산 소요 등 산 넘어 산

역대 정권에서도 국민과 함께 호흡하겠다며 청와대를 벗어나 서울청사행을 타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지난 1997년 말 15대 대통령에 당선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울·과천청사에 제2 집무실을 둬 수시로 민정을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등도 국민과 동떨어진 청와대 근무를 부담스러워 해 '보다 국민 가까이'를 외쳤지만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청와대
◆가장 큰 문제는 경호

경호 전문가들은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에 회의적이다.

대통령은 국가경호 대상 1호로 신변은 물론이고 머무는 곳도 방어와 방호 등에 한치의 빈틈도 허용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북악산과 같은 자연 엄호물로 보호받는 데다 수도방위사령부와 경찰이 외곽을 에워싸고 있다. 또 오랜 기간에 걸쳐 요새화 작업을 진행해 웬만한 공격에도 끄떡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서울청사는 사방이 뚫려 있다. 그만큼 북한의 미사일 또는 무인비행기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테러단체의 화생방 공격에도 신속하게 대처하기 힘들다.

이를 보완하려면 서울청사 지하 또는 인근 장소에 견고한 벙커 시설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임기 내 공사를 마칠지도 의문이지만, 막대한 예산이 드는 데다 벙커 동선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두고 볼 때 성사될지 미지수다.

대통령이 다른 장소로 움직일 때도 제약이 많다. 몇몇 전문가는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 대통령이 청사에 고립되는 상황까지 빚어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9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빔라이트를 이용해 ‘박근혜 구속 조기탄핵’이란 문구를 정부청사에 비추고 있다. 연합뉴스
◆청사주변 경호 경비로 시민 불편

서울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다면 세종대로 일대는 당장 특정경비구역으로 지정돼 대통령 경호실의 통제와 관리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광화문광장 내 집회와 시위에는 제한이 따른다.

여기에 대통령의 일정에 따른 교통과 이동 통제도 잦을 수밖에 없어 시민의 불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과 함께 서울청사를 쓰게 될 부처 공무원들은 하루종일 감시 속에 사는 고역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공무원시험 준비생의 서울청사 무단침입 후 한결 엄격해진 출입절차로 겪었던 수고는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온 뒤에 빚어질 불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마도 보통의 국민이 서울청사를 찾으면 평생 한번도 경험치 못한 검문검색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주변과 대통령의 동선에 따라 일정시간 동안 이동통신 전파를 차단해야 하는 점도 이전에 앞서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전파를 이용한 폭파 시도를 막고 보안 노출을 지연시키려면 필수적인 조치이지만 이에 따른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불평이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국민에게 가까이 가려던 조치가 오히려 국민을 뒷걸음질치게 할 수 있기에 문 당선자 측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측 "보완 거치면 예산과 불편 생각보다 크게 줄 수 있어"

지난 대선 기간 중 문 후보 측은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경호 문제에 대해 "서울청사로 옮기면 위험하다는 건 이분법적 사고"라고 반박했다. 이미 충분한 경호 능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집무실 이전에 따른 비용에 대해선 문 당선자 측은 "청와대의 기존 집무실을 사용하지 않게 되므로 전체 대통령 경호 비용은 절감되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부처 근무자와 시민들의 불편과 관련해선 "실무 차원에서 검토하면 불편을 해소할 길이 보일 것"이라며 공약인 만큼 실현에 목표를 두고 움직일 뜻을 드러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웬디 '상큼 발랄'
  • 웬디 '상큼 발랄'
  • 비비 '아름다운 미소'
  • 강나언 '청순 미모'
  • 문가영 '부드러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