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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을 맡은 솔리스트 최지원은 “마음을 담아 추는 춤은 관객에게도 보이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UBC 제공 |
올해 입단 8년차인 그는 주역 무용수로서 갓 발을 뗐다. 지난해 4월 충남 천안에서 같은 역으로 주역 데뷔하고 12월 ‘호두까기 인형’의 클라라를 연기한 후 이번이 세 번째 주역 무대다. 그는 ‘백조의 호수’에 대해 “춤추는 양이 많고 기술적으로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손끝 하나, 눈빛마저 백조나 백조인 척하는 흑조를 표현하는 과정이 어렵다”고 전했다.

외모만 놓고 보면 그에게는 백조가 잘 어울린다. 강렬한 흑조와는 거리가 있다. 천안 공연 당시 그가 신경 쓴 점도 흑조로의 변신이었다. 그는 “친구인 발레리나 (신)승원이가 천안 공연을 보고 ‘흑조가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다’고 말해 기뻤다”며 “그래도 백조가 큰 새라서 제 긴 팔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그가 팔을 펼치면 우아한 백조가 날아가는 것처럼 시원시원하다.

“제 키에 이상적인 남성 파트너는 190㎝가 넘어야 해요. 발끝을 세우면 10㎝ 넘게 커지니까요. 몇 동작에서는 제 팔을 남성 파트너에 맞게 일부러 구부려야 하죠. 하지만 이번에 같이하는 (이)동탁이도 키가 크고 파트너십이 좋아 어려움은 전혀 없어요. 대신 긴 장대의 끝을 잡으면 출렁출렁하고 힘드니까, 제 몸의 중심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에요. 키가 크면 똑같이 움직여도 길고 느려 보여요. 남보다 순발력 있게 해야 같아보인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죠.”

“아직도 분홍 튀튀를 입고 두 발로 자잘하게 떠가던 발레리나가 생각나요. 밑에 기계가 있어서 그렇게 지나가는 줄 알았어요. 두 달 동안 엄마를 졸라서 발레 학원에 가는 데 성공했죠. 그때는 신체 조건에 비해 실력이 따라가지 못해 뒤처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고, 그게 원동력이 돼 열심히 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발레를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 순간 처음 보는 분 앞에서 눈물이 막 흘렀어요. 발레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해 왔는데 못한다고 하니…. 재활하는 동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다시 춤출 수 있을까.’ ‘춤을 못 추면 어떡하지.’ 그러고 복귀하니 정말 좋은 거예요.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저도 그런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 사실 무대에서 짜인 안무를 끝내면 그만이지만,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진실한 마음을 담고 싶어요. 허투루 팔다리 움직여서 추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담아서 추면 그게 다 보인다고 생각해요. 저 자신에게 솔직하고 정직해지려면 매순간 진심을 담아 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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