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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훼손된 경복궁의 파사…동·서 십자각의 복원은 가능할까 [강구열의 문화재 썰전]

[궁궐이야기]법궁으로서 권위의 상징 '십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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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09 14:53:59      수정 : 2019-03-09 14:54:02

지난 1월 서울시에서 광화문광장 리모델링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공개했습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광화문광장을 ‘시민광장’과 ‘역사광장’으로 나누어 정비한다는 게 큰 틀입니다.

경복궁의 동·서십자각은 역사광장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십자각은 궁궐 담장과 떨어져 도로에 고립돼 있고, 서십자각은 표석이 세워져 있을 뿐 흔적도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생긴 경복궁의 아픈 상처죠.  

경복궁의 담장과 연결되어 있는 동십자각 모습.
경복궁 담장과 떨어져 고립된 현재의 동십자각.

십자각을 원래대로 되살리는 것은 경복궁 복원 사업이 199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항상 큰 과제였습니다. 십자각은 광화문과 함께 ‘경복궁의 파사드’를 완성하는 요소고, 궁궐 조성 원칙을 보여주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은 역사광장 조성이 십자각 복원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미뤄보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현실적인 한계 혹은 무관심 때문에 십자각 복원은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어렵고, 열악한 문화재 복원의 현실을 반추하는 거울이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계획은 있었으나 실천은 없었던 십자각 복원      

 

경복궁 전면의 중심은 물론 광화문입니다. 십자각은 광화문의 양 방향으로 뻗어나간 끝에 서 있었습니다. 궁궐 담장의 부속건물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나 위상이 막대합니다. 궁궐을 지키는 군사시설이며, 법궁의 권위를 드러내는 구조물입니다. 궁궐 구성의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궁궐’(宮闕)은 궁(宮)과 궐(闕)의 합성어인데 궁은 천자나 제왕, 왕족들이 살던 큰 규모의 건축물군 즉 궁전을 의미하고, 궐은 궁 앞 좌우에 설치되었던 망루와 같은 건물을 이릅니다. 즉, 십자각이 있어서 궁궐이라는 말이 성립하는 겁니다. 

 

1990년대 들어 일제가 망가뜨리고 없앤 십자각을 복원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경복궁복원정비기본계획’(1차 계획·1994년)에서 십자각 복원은 광화문 권역 복원(2003~09년)의 핵심으로 제시됐습니다. 당시 문화재관리국은 “(광화문의) 좌, 우의 경계 담장도 사고석 담장으로 복원하여 동십자각과 연결시키며 서십자각도 원래의 위치에 복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경복궁복원기본계획’(2차 계획· 2008년)에서는 1단계 사업 중 하나로 올랐고, 복원 대상 중 유일하게 “시급히 시행해야” 하는 과제로 정해졌습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십자각 복원은 한 발짝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쉽지 않은 과제이기는 합니다. 십자각이 서 있던 곳은 현재 도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도로체계를 바꿔야 복원이 가능합니다. 또 주변의 대형 건물을 매입해야 복원을 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서울 중심부인 광화문 인근의 대형 건물을 사려면 엄청난 돈이 들겠지요.

 

그래서 2차 계획에서 대안이 제시됐습니다. 동십자각은 궁장과 연결하되 외각으로 도로선형의 변형을 최소화하고, 서십자각은 원래의 위치에 복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립고궁박물관쪽으로 이동한 지역에 세우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아무런 진전이 없었습니다.  

 

1차 계획에서 십자각 복원의 완료 시점은 2009년이었습니다. 2016년에 수정되어 현재 추진 중인 2차 계획에서는 완료 시점은 2045년으로 잡았습니다. 계획은 세웠으나 아무것도 한 것 없이 36년이나 복원 시점을 미룬 겁니다. 2045년에는 정말 복원된 십자각을 볼 수 있을까요.

 

사실 경복궁 복원 사업 중에는 십자각말고도 문서상의 계획으로만 존재하다 수정된 것은 많습니다. 궁궐 내의 각종 관청들이 모여 있던 ‘궐내각사’는 2차 계획에서 2020년 완료로 잡혀있었으나, 2034년 마무리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것도 못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14년이나 미룬거죠.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예산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2차 계획을 기준으로 보면 매년 150억원 정도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예산는 많아야 50억원에 불과했죠. 실제 예산이 필요한 것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으니 복원이 계획대로 진행될 리가 없었습니다. 

 

◆십자각 복원, 정말 필요한가

서십자각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석.
서십자각의 원래 위치는 현재 도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십자각 복원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이 꽤 많습니다. 원래의 위치가 아닌 곳에 복원하려는 것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앞서 살펴본대로 십자각 복원을 위한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보니 다른 위치에 복원을 하자는 대안이 제시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경복궁의 모습은 크게 변합니다. 원형 보존이라는 대원칙을 무너뜨리며 지금 십자각의 복원을 시도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 문화재전문가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이 시점에 원형까지 무시하며 왕조시대의 유산 복원에 매달릴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서십자각을 원위치가 아닌 곳에 세운다면 경복궁 전체의 조형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그대로 두고 후세들에게 맡겨두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의 한계가 언젠가는 해결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문화재에 손을 댄다는 건 극도로 신중해야 합니다. 복원이랍시고 해놓은 게 문화재를 오히려 훼손하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것을 만들어놓고는 문화유산입네 하는 일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차선책에 긍정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십자각이 세워진다면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광장을 보다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기초 자료도 상대적으로 풍부해 일제강점기에 찍은 사진까지 제법 남아 있습니다. 담장에서 떨어져 있긴 하지만 동십자각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서십자각을 다시 세울 때 참고가 될 것입니다. 위치 문제를 제외하면 원형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죠.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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