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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칼럼] 왜 패자의 길을 걷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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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11 22:45:40 수정 : 2020-05-12 1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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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의 포용 선택한 노무현 / 국론 핵분열 초래한 문재인 / ‘국민’ 외친 취임 초심 돌아가 / 신바람 에너지로 국운 일으켜야

나무판자도 시너지효과를 낸다. 한 장에 최대 하중 100kg을 지탱하는 판자가 있다고 치자. 두 장을 포개면 산술적으로 200kg의 무게를 견딜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는 그보다 4배 많은 800kg의 무게를 지탱한다고 한다.

 

사람 역시 서로 힘을 합치면 몇 배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럿이 협력하면 혼자 때보다 훨씬 쉽게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우리가 협력을 사회의 미덕으로 삼는 이유이다.

 

참가자가 늘수록 성과가 커지는 게 시너지효과라면 되레 줄어드는 것이 링겔만효과다. 프랑스의 농업공학자 막시밀리앵 링겔만이 1명, 2명, 3명, 8명 등으로 집단의 구성원을 늘려가며 줄다리기 시합을 했더니 집단이 커질수록 개인의 역량이 떨어졌다고 한다. 한 명이 내는 힘의 크기는 1대1 시합에 비해 2명 집단에선 93%, 3명 집단에선 85%, 8명 집단에선 49%에 그쳤다. 집단이 8명으로 늘자 개인의 역량이 절반 아래로 준 것이다. 집단 내에 불협화음이 있거나 ‘나 하나쯤이야’라는 이기심이 만연할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링겔만효과가 팽배하면 집단의 발전은 어려워진다. 반면 시너지가 일어나면 집단의 번영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가난한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도 협력의 시너지효과가 샘물처럼 솟아났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국가나 지도자들이 협력과 통합을 강조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도시국가 로마는 정복 지역의 주민들을 포용해 하나로 만든 덕분에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전쟁으로 찢어진 나라를 하나의 미국으로 통합했다. 링컨을 존경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서 화합에 정치 생명을 건 것도 통합이 국가 발전의 초석이라는 인식의 발로였을 것이다.

 

노무현의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도 생각은 다르지 않았다. 그는 2017년 5월10일 취임식에서 26번이나 ‘국민’을 외쳤다. 탄핵사태로 찢어진 나라를 통합해 국민 모두를 승자로 만들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취임 3년을 맞은 지금 국민은 하나인가? 외려 더 찢어졌다. 서로 헐뜯고 발목을 잡는 바람에 링겔만효과가 극에 달한 지경이다. 이런 판국이라면 선거의 승패는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에 불과하다. 가라앉는 배 안에선 모두가 패자일 뿐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엔 대화하기 전에 뒤를 돌아보는 경향이 있었다. 정보형사들이 시국을 비판하는 대화 내용을 엿들을까 봐 조심했던 것이다. 요즘엔 앞과 좌우를 살피는 사람들이 많다. 동석한 사람끼리 시국 이야기로 얼굴을 붉히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미리 성향과 지역을 파악해야 하는 까닭이다.

 

작금의 국론분열은 해방 이후 혼란기보다 심각하다. 좌우뿐 아니라 지역, 세대, 남녀 간으로 갈등의 불길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라고 했지만 그 한 분 한 분의 국민은 핵분열하는 중이다. 일찍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얼마 전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의 2015년 우주선 발사 동영상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머스크는 민간 우주 항공회사 스페이스X를 설립한 뒤 우주선 발사비용을 절감하는 ‘재활용 로켓 발사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숱한 실패 끝에 우주선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동안 직원들은 내내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발사를 마친 로켓 부스터가 지상에 안착하자 직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런 간절한 기운이 우주선을 쏘아 올린 성공의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우리에게도 이런 놀라운 에너지가 있다. 세계 어느 민족도 갖지 못한 ‘신바람’이 그것이다. 우리는 월드컵 4강 신화에서 신바람의 저력을 경험했다. 5200만 국민에게서 이런 기운을 끌어내 하나로 묶는 것이 바로 국가 지도자의 역할이다.

 

통합은 생존과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2년도 남지 않았다. 왜 윈윈의 길을 찾지 않고 패자의 길을 걸으려 하나. 한낱 무생물인 나무판자도 시너지효과를 내지 않는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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