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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비리 수사 검사들 줄줄이 ‘항명성’ 사표 내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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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31 22:06:18 수정 : 2020-08-31 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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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총괄하던 정진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어제 사표를 냈다. 그는 지난 27일 중간간부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전보돼 사실상 좌천을 당했다. 정 감찰부장을 포함해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서울고검 감찰부 검사 6명 중 5명이 이번 인사로 모두 흩어졌다. 감찰을 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압박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 감찰부장이 사표를 던진 건 ‘보복 인사’에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서울고검은 최근 이번 사건을 정식 수사로 전환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 부장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정 부장은 감찰부의 출석 조사 요구에 수차례 불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독직폭행 논란을 불러일으켜 감찰 대상이자 피의자 신분이 된 검사에게는 영전의 특전을 주고, 그를 감찰·수사하던 검사는 법복을 벗은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 취임 이후 이처럼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중간간부 인사 발표 전후로 검찰 간부 핵심 기수인 27~31기의 ‘항명성’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친정부 검사 줄세우기 인사’의 후폭풍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드루킹 특검’에 참여해 김경수 경남지사 등을 수사했던 장성훈 수원지검 안산지청 부장검사는 비수사부서로 발령나자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김우석 정읍지청장 등도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인사를 앞두고는 이선욱 춘천지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7명이 사직서를 냈다. 법무부가 현 정권 뜻에 따르지 않는 검사들을 내치면서 검찰 조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법무부가 현정권 관련 비리 의혹 사건의 수사뿐 아니라 재판(공소유지)까지 좌초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 등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았던 검사들을 대구지검과 광주지검으로 흩어놓았다. 조국 일가 의혹 관련 수사에 참여하고, 정경심 교수 재판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부부장검사는 통영지청으로 발령냈다. 역대 어느 정권도 권력 수사를 하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물먹이거나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킨 적은 없다. 권력비리 의혹은 잠시 덮을 수는 있어도 결코 없던 일이 될 수 없다. 그게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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