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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어제 ‘국민의힘’을 새 당명으로 결정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2월17일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 진영이 통합해 내걸었던 미래통합당 간판은 불과 반년여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1987년 개헌 이후 민주자유당에서 시작된 보수정당의 큰 줄기는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이어졌다. 이들과 비교할 때 통합당 수명은 보수당 역사에서 최단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만 벌써 3번째 간판 교체이다. 새 당명은 오늘 상임전국위와 내일 전국위를 거쳐 최종 추인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주요 정당들은 큰 선거를 앞두고 다른 세력과 이합집산하거나 선거 전후에 강력한 혁신을 요구받을 때 당명을 바꿨다. 8·15 광복 이후 500여개의 정당이 명멸한 우리나라에서 정당의 평균 수명은 3년 남짓이다. 통합당같이 창당 1년도 안 돼 사라져 간 정당도 부지기수다. 여야를 막론하고 잦은 당명교체는 우리 정당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씁쓸하다.
지난 4·15총선까지 네 차례 연속 전국 단위 선거에서 패배한 통합당은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비대위’를 띄웠고, 속칭 태극기부대 세력과 거리를 두며 외연 확대 행보를 했다. 이에 힘입어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가 한때 더불어민주당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스팔트 보수에 대한 통합당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다. 어제 리얼미터 조사에서 통합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5.0%포인트 급락해 민주당에 10.3%포인트나 뒤졌다.
통합당이 중도로 지지세를 넓히고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진정한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당명 개정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위기에 당면해 변화를 통해 새 기회를 창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의 눈가림을 위해 당명을 바꿔서는 안 된다. 단순히 문패를 바꾸는 데 그치지 말고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과거와 과감히 단절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형 기본소득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사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기로 한 건 긍정적이다. 김 위원장이 5·18 국립묘지를 찾아가 ‘무릎 사과’를 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앞으로 극우세력에 대한 선 긋기에 더 단호할 필요가 있다. 당무감사를 통한 당협위원장 교체 등 인적 쇄신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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