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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24일부터 전국 식당에서의 5인 이상 모임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스키장 등 겨울스포츠 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관광명소도 폐쇄하기로 하자 지역 상권에서는 예약 취소 사태가 잇따랐다.
정부가 내년 1월 3일까지 폐쇄키로 한 관광명소에는 강릉 정동진, 울산 간절곶, 포항 호미곶, 서울 남산공원 등이 포함됐다.
특히 동해안과 서해안의 해돋이·해넘이 명소 주변에서 숙박업소와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각종 행사 전면 취소에 이은 시설 폐쇄 소식에 울상을 지었다.
강원도 강릉 해안가에서 15년 동안 펜션을 운영한 한 업주는 "연말에 객실이 텅텅 빈 건 올해가 처음이에요. 엄청나게 취소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달 초까지 들어왔던 예약은 방역수칙이 강화될수록 취소로 바뀌더니 31일 예약은 단 두 팀뿐인 상황이라고 업주는 토로했다.
그는 "숙박업소 만실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수도권 5인 이상 모임 금지 이후에 가족 단위 관광객은 전멸"이라고 전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면 만실에 가까웠던 강릉지역 한 호텔도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이후 예약률이 60∼70%로 떨어졌다.
호텔 관계자는 "바다 전망 위주로 예약이 이뤄지고 있지만, 작년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며 "방역수칙 강화 영향에 취소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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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까지 예약률이 80%까지 올랐던 속초지역 리조트는 50%까지 내려앉았다.
해넘이·해돋이 명소인 충남 당진 왜목마을은 주요 숙박업소 예약이 예년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예약한 것도 취소 가능성이 큰 것으로 상인들은 보고 있다.
이헌길 왜목마을번영회 회장은 "7개 실을 갖춘 펜션을 운영하는데, 성탄절 전날 1팀만 예약됐고, 연말연시에는 단 한 건도 예약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은 왜목마을 다른 숙박업소도 마찬가지"라고 탄식했다.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완수 만리포번영회장은 "올해 겨울은 2007년 12월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보다 피해가 크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살아남을 상인이 1명도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 회장은 그러면서 "지금 상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재난지원금 100만원보다는 대출금 이자와 전기세 감면 등"이라고 호소했다.
관광객이 몰려도 지역경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안군 관계자는 "일부 대형 리조트의 경우 성탄절, 연말연시 예약률이 100%에 육박한다"며 "하지만 관광객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리조트에서 미리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쉬다가 귀가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주 해돋이 명소인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인근에서 숙박 시설을 운영하는 박모(34)씨도 연말연시 예약률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씨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부터 1월 1일 성산일출제까지 20여 개 객실이 항상 만실이었다"며 "웃돈을 주고라도 예약하겠다는 손님들이 넘쳐났었는데, 지금은 예약은커녕 문의 전화도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성산일출제가 취소됐어도 일출을 보러 오는 도민·관광객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방역 강화조치까지 이뤄지면서 31일 예약은 현재 0건"이라며 "그야말로 죽겠다"고 말했다.
성산읍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고모(59)씨는 "이달 들어 식당을 찾는 발길이 부쩍 준 상황"이라며 "여기에 방역 조치까지 강화된다고 하니 성수기 기대는 이미 저버렸다. 차라리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휴가라 생각하고 문을 닫고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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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대표적인 안보 관광지로 지난 9월 개장한 파주 임진각 '평화 곤돌라'도 최근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에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호소했다.
'평화 곤돌라' 업체 측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우리 시설의 연말연시 폐쇄 여부가 정해지는 것 같다"면서 "이미 이용객이 50% 줄어든 상황인데, 우리만 문제가 아니라 식당이나 카페 등 부속 매장들은 임대료도 내기 어려워진 형편"이라고 전했다.
반면 동해를 끼고 있는 울산은 폐쇄 대상인 간절곶을 비롯해 대왕암공원, 정자해변 등 해안 명소의 해맞이 행사가 모두 취소됐지만, 수도권과 비교적 거리가 멀어서인지 지역 숙박업소 등의 예약률이 여전히 높아 방역 차단 효과가 우려된다.
경북 울주군은 행사 취소에 더해 관광객의 개별적인 방문을 제한하고자 간절곶 일대 차량 진입을 전면 통제할 예정이다.
대신 유튜브 채널로 새해 해맞이를 중계해 방문 계획이 무산된 사람들의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그러나 공식 행사가 취소됐더라도 해맞이 명소 주변 숙박업소와 식당 등을 중심으로 방문객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간절곶 일대 펜션 등 숙박업소는 이날 현재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몰리고 있다.
대왕암공원 내 캠핑장에서 운영되는 17개 카라반도 이미 지난달 사전예약이 끝났고, 북구와 동구가 운영하는 다른 캠핑장도 성탄절부터 연말연시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친한 지인이나 가족 간 모임에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이 더 지켜지기 어렵다"면서 "성탄절과 새해에도 되도록 집에 머무르며 연말연시를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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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확산세가 거세지는 만큼 차라리 방역 고비를 강하게 조여 이 상황을 빨리 헤쳐나가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한 마트에서 근무하는 김모(58·여)씨는 "손님 발길이 뚝 끊겨 불안하고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라리 강한 방역조치로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확산세를 가라앉히는 게 옳은 선택 같다"며 "올해만큼은 집에서 조용히 한해를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에 예약해둔 제주 여행을 취소한 직장인 김모(30)씨는 "사실 취소하지 말고 눈 딱 감고 마스크 끼고 다녀올까도 고민했었는데, 우리 모두를 위해 그리고 제주도 주민들을 생각하니 그럴 수 없었다"면서 "요즘 코로나 블루라고 다들 그러는데, 이번 기회를 개인의 시간을 현명하게 보내는 계기로 삼고 방역 효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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