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방과학연구소장 석달 만에 재공모…반복되는 군 인사 파행 [박수찬의 軍]

관련이슈 박수찬의 軍 , 디지털기획

입력 : 2021-02-21 06:00:00 수정 : 2021-02-20 13:01: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 전경. ADD 제공

국방부가 한국군 무기 개발의 핵심인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을 재공모한다. 지난해 11월 첫 공모에서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8일 ADD 홈페이지에는 소장 공개모집 재공고가 났다. 원서 모집 기간은 다음달 2일까지다. ADD 소장은 국방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방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로 임기는 3년이다.

 

ADD 소장은 국내 첨단 국방기술 개발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첫 공모를 실시한 직후 아직까지도 적임자를 구하지 못했다.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ADD 조직 내부에서는 불만과 동요가 커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거듭됐던 군 인사 논란과 파행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격 논란에 승진 임명…감사 논란까지

 

지난해 11월 ADD 소장 공모에서는 강은호 당시 방위사업청 차장이 사임 뒤 응모를 해 논란을 빚었다. 

 

2019년 12월 방사청 내 2인자인 차장직을 맡은 강 전 차장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1월 사직했다. 마침 ADD 소장 응모 자격에 ‘방위사업청 고위공무원급’이 추가되면서 강 전 차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왕정홍 당시 방위사업청장은 지난해 11월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 전 차장이 의원면직을 신청한 사유를 알고 있나’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 질문에 “ADD 소장에 응모할 생각을 가지고 면직한 것으로 안다”고 답하기도 했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 연합뉴스

강 전 차장은 실제 ADD 소장직에 지원서를 제출, 차기 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럴수록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도 거세졌다. 

 

ADD 노조는 강 전 차장 임명을 반대하며 “ADD 소장에 반드시 특정인을 시켜서 뭔가를 얻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군과 방산업계에서는 ‘세력’의 존재 여부 등을 놓고 관심이 증폭됐다.

 

논란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 전 차장이 지난해 말 ADD 소장 대신 방위사업청장에 임명된 것이다. 

 

ADD 소장보다 더 높은 직위로 영전한 ‘깜짝쇼’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국방부와 방사청을 비롯한 군 당국이 내부적으로 술렁인 이유다.

 

이후 국방부는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 인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적격자 없음’ 판정을 내렸다. 내부 인사가 발탁되리라는 군 안팎의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3개월 동안 온갖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ADD 소장 인사가 재공모로 결정되자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 정문 앞을 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 몇몇 인사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요한 것은 ‘윗선’의 의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공정한 인사가 이뤄질지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ADD 소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ADD와 상급기관인 방사청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방사청이 최근 ADD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자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16일 성명서에서 “특별감사 목적이 불분명하고 감사의 대상, 방식, 규모, 시기 등이 이례적이어서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공공노조는 “이번 감사가 구성원 반대로 소장에서 낙마한 인사가 방사청장으로 임명된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치졸한 보복 감사며 ADD 종사자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방사청은 17일 입장자료를 내고 “기관장 교체 시기에 방사청 직원과 ADD, 국방기술품질원 등 출연기관을 대상으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감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ADD 직원의 모 은행 취업청탁에 대한 부실 감사, 대규모 기술자료 유출 후속조치 과정에서 발생한 ADD의 기밀관리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감사로 관련 내용에 한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공공노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현 정부서 반복된 군 인사 잡음

 

ADD 소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과 잡음은 빙산의 일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지금까지 군 관련 인사는 논란의 연속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관련 직위는 정치적 대립이나 이해관계 다툼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달랐다. 2017년 7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이 현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에 내정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중인 군단 정찰용 무인기 모형. ADD 제공

현역 시절 음주운전을 포함해 전역 후 법무법인과 방산업체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의혹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해명해 수습됐으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등 정치적 여파가 작지 않았다.

 

무기를 포함한 군사 장비의 품질을 점검하는 국방기술품질원 원장 공모도 논란을 겪었다. 

 

2017년 12월 28일 방위사업청은 기품원장에 이창희 예비역 대령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육사 40기로 1984년 임관했던 이 예비역 대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6년 국방획득제도개선단 간사로 방사청 창설을 주도했다. 방사청 획득정책과장, 사업분석과장 등을 역임했다.

 

그런데 임명 발표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임명이 보류됐다. 당시 방사청 측은 “전역이나 퇴직한 지 3년 이내인 사람은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예비역 대령은 방사청에서 전역한 지 1년이 돼 취업심사 대상”이라며 “임명하기 전에 확인과정을 놓쳤다”고 해명했다.

 

이후 인사혁신처는 직무연관성과 관련 규정으로 취업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이 예비역 대령은 재심을 요구, 취업 승인을 받아 2018년 3월 기품원장에 취임했다. 

 

2017년 12월 남세규 당시 ADD 부소장이 소장에 임명된 과정은 말 그대로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같은해 7월 공개된 ADD 소장 공모의 자격 요건이 ‘예비역 장성’에서 ‘예비역 영관급 장교 이상’으로 바뀌면서 사전 내정설이 불거졌다. 

 

국방부는 “문호를 넓힌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특정 예비역 영관급 장교를 뽑으려 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결국 논란의 인물이 아닌, 남 당시 부소장이 소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수개월 지연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하는 자율터널탐사로봇. ADD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신무기체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DD 제공

◆인사 앞두고 설왕설래 무성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사 막차’를 타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ADD 소장 재공모를 두고 국방과학기술 연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람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정부 소식통은 “정권 말기 상황에서 가능한 오래 살아남으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단행될 군 인사를 놓고도 군 내부에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동’마저 감지되는 실정이다.

 

군 소식통은 “특정 인물이 어떤 보직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말들이 돈다”며 “가만히 있으면 승진하거나 영전할 가능성이 높아지니 구태여 일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국산 초등훈련기 KT-1이 테스트를 받고 있다. ADD 제공

국방부와 ADD가 소장 재공모에 나서고 국방기술품질원장 공모도 진행중인 상황에서 군 안팎의 시선은 이번 인사가 절차에 입각해 공정하게 치러지는지에 쏠려 있다. 

 

ADD 소장은 국방과학 기술 개발의 본산으로 방위산업계와 군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 방사청장 못지 않게 중요한 직위다.

 

지난달 모집공고가 난 국방기술품질원장도 마찬가지다. 군수품 품질관리와 국방과학기술 평가 및 분석 등을 담당하는 기품원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군 조직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인사다. 합리적인 규정과 절차, 기준 외에 다른 요소가 개입한다면 인사는 공정성을 유지할 수 없다. 이는 조직을 취약하게 하고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 건물이 불을 밝히고 있다. ADD 제공

국가안보를 위해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사람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뽑아야 하는 이유다. 군 인사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군 조직 전체가 인사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ADD 소장과 기품원장은 국방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일하는’ 자리이지 ‘대접받는’ 자리가 아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
  •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
  • 스테이씨 수민 '하트 장인'
  • 스테이씨 윤 '파워풀'
  • 권은비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