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의료현장 고충 자세히 알게 돼
여름휴가 못 갔다고 찡찡… 부끄러워
의료진들 환자 갑질 등 애로사항 호소
누군가의 자식·부모… 배려 잊지 말길
응원도 좋지만 보상체계 마련 시급
보이지 않는 곳서 분투 관심 가져야

“당장 무언가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관심 하나하나가 모여 변화를 끌어낼 겁니다.”
자매가 모두 간호사이며 동생이 곧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동에 지원 간다는 한 독자가 지난 17일 시민들에게 의료현장의 현실을 알려줘 감사하다며 세계일보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저희끼리도 간호사는 단합이 정말 안 되는 집단이라고 말한다. 3교대와 상근직이 혼합된 집단이고, 당장 내가 불편하고 불만이 있어도 환자를 돌보는 게 우선인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집단시위를 하고 싶어도 모이기 어렵다”며 “코로나 최전방의 애로사항 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세계일보는 지난 16일부터 생사를 오가는 코로나19 의료현장에서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의료진과 지원인력의 헌신과 고충을 담은 ‘코로나 최일선의 ‘사투’’ 시리즈를 보도했다. 기사를 접한 독자들은 이메일과 기사 댓글 등을 통해 이들의 노고에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들의 헌신 덕분에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고백도 적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건강하게 살아갑니다”(in70****), “댁들의 노고가 있어 우리는 편안한 삶을 누립니다. 이 삶을 감사하며 살겠습니다.”(yung****), “여름휴가 못 갔다고 찡찡대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습니다.”(peda****)
의료진은 기사를 읽고 공감한다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얼굴가림막, 마스크, AP가운, 장갑 이제 제발 그만 끼고 일하고 싶다”며 “격리실은 더워서 땀 나는데 가운은 공기가 안 통해서 땀이 차고 시피알(CPR·심폐소생술)할 때는 땀이 폭포수”라고 호소했다.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B씨는 “3개월 동안 체중의 12%가 빠졌다. 증상이 남아있는 환자분들이 집에 보내달라고 욕하고 소리 지르고 시시때때로 가족이나 애인들이 24시간 안 가리고 전화해 업무도 마비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간호사 C씨는 “쿠팡에서 시도 때도 없이 택배 주문하는 사람, 음식 간 안 됐다고 밥 안 먹는다고 시위하는 사람, 배달의민족에서 음식 시켜놓고 가지고 오라는 사람” 사례를 열거하며 자신이 경험한 ‘환자 갑질’을 털어놨다.

조문숙 병원간호사회 회장은 “‘환자 갑질’에 힘들어하는 간호사가 많다”며 “요즘엔 택배가 간호사들의 업무를 가중하는 요인 중 하나인데, 간호사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고 부모라는 걸 잊지 말고 이들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기사를 통해 코로나 의료현장의 고충을 자세히 알게 됐다고 한다. 누리꾼들은 “간호사들 푹푹 찌는 한여름에 방호복을 입고 환자 돌보다 사망하면 임종을 지키고 시신소독에, 닦고, 옮기고 장례지도사가 하는 일도 전담해서 다 하려니 얼마나 지치고, 힘들지”, “하루 30만원 받는다길래 고생은 하겠지만 나 같아도 지원해서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고정직은 얼마 못 받는지 몰랐다”(nono****)며 안타까워했다.
또 “의사, 간호사, 구급대원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코로나와 싸우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활기찬하루) 등 의료진 외에도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 곁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지원인력에 대한 감사 메시지도 많았다.

시민들은 ‘덕분에’라는 찬사에 그치지 말고, 의료진과 지원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응원도 좋지만 간호사도 인간”이라며 “온갖 수고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전보상이랑 심리상담 및 치료도 제공해야 한다. 전문 의료인이어도 치유 안 돼서 계속 떠나는 사람 보면 너무 힘들 것 같다”(2156****)는 지적도 나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 의료진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다. 권선자 임상병리사(진단검사의학과)는 “저희 직원들이 열심히 뛰면 저희 아들이 학교 가서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을 줄 알았다”면서도 “전 국민이 다 같이 나서서 애써 주시면 이 4차 고비도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시민들도 “내 가족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다. 개인방역으로 모두를 돕자”, “수고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인위생 힘쓰고 건강 잘 챙겨서 예전처럼 지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의료진의 호소에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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