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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이번 국회도 외면한 ‘재정준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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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02 23:23:09 수정 : 2021-12-02 23: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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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연례협의단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와 올해 6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꼭 필요한 사업에 집중해 주요국 대비 작은 규모의 재정 투입으로 더 나은 위기 극복 효과를 거두는 ‘가성비’ 높은 정책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회 논의 중인 ‘재정준칙’ 입법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정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의 면담에서도 그는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선제적인 국가채무 총량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상규 경제부 차장

이처럼 홍 부총리가 재정관리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은 그만큼 세계가 그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3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지난해까지는 한국에 대해 긍정 평가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의 채무 안정화 대책이 없으면 신용등급 하락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온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했다. 1년 가까이 외면받다 이번 국회에서 간신히 논의 테이블에 올랐으나 결국 ‘계속 논의’로 밀려났다.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을 줄이는 탄력적 운용 방식도 담고 있다.

정치권의 생각은 정부와 전혀 다른 듯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재정 안정화’는 관심 없고 ‘지출 확대’에만 혈안이 된 듯하다. 최근 여야는 합의를 통해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연기하고, 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금액을 상향했다. 유력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막대한 재정지출이 필요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감세’와 ‘돈 풀기’를 외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것을 보면 선거철임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재원 대책은 충분히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최근 회복세를 타며 단계적 일상회복 수순을 밟아가던 우리 경제는 큰 암초를 만났다. ‘오미크론’이라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치명률이나 전파력 등 정보가 많지 않아 아직 파급력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만약 다시 대유행이 시작된다면 우리 경제는 또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재정이 또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할 수 있다. 그러려고 아껴온 것 아닌가.

자동차(경제정책)가 빨리 달리는 데 가장 중요한 장치가 뭘까? 가속페달(재정 투입)? 아니다. 브레이크(재정준칙)다. 물론 비탈길(위기상황)을 오를 때는 가속페달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후는? 브레이크 없이는 빨리 갈 수도, 멀리 갈 수도 없다. 폭주하거나 사고가 날 뿐이다.

재정은 정치인의 쌈짓돈이 아니다. 국민의 혈세다. 지금 쓰면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하는 빚이다. 선거에서 누가 이겨 운전대를 잡게 되든, 명심하면 좋겠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제대로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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