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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진영보다 능력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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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02 23:22:38 수정 : 2021-12-02 23: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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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전략경쟁 등 국제 정세 복잡
한국의 외교안보역량 시험대 직면
與野 대선 주자들은 ‘색깔' 대결만
현실 인식… 전문가 조언 중시해야

세계 주요 국가들은 세계화 과정에서 파생된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극적 확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표방하는 개인의 능력과 시장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화는 뜻밖에 부작용을 낳았다. 강자는 쉽게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갈수록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됐다. 불안과 분노로 가득 찬 국내 정치 환경은 점차 극단적인 갈등의 온상으로 치달으며 분열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지사나 윤석열 총장의 부상은 이러한 불안과 분노에 기반한 국내 정치 환경의 토양을 먹고 자라났다. 국제적으로 자유주의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할 국내적 기반과 동력도 약화됐다. 무역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통상국가인 한국에는 이러한 국제 정치경제의 추세가 국가적인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본격화된 미·중 전략경쟁은 총을 쏘지 않고 진행되는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미·중 전략경쟁을 장기전쟁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미국 역시 극단적인 혐오와 전쟁 심리를 갖고 중국을 대하고 있다. 차기 5년은 세계화로 복잡하게 얽힌 상호 의존의 세계,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한 지역화와 탈동조화, 그리고 국내 정치적인 분열과 갈등이 상호 연동되면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자유주의적인 패권질서 속에서 안주하던 한국의 외교안보 역량은 이제 적나라한 시험대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한국의 외교안보 영역은 과거의 좁은 ‘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분법적인 편가르기와 당파성에 입각한 연역적 사유가 지배적이다. 과거 보수와 진보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가 관용적인가 여부로 구분했다. 최근 들어 핵을 가진 북한과의 공존은 선호와는 관계없이 보수와 진보 모두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대신 중국에 대한 태도 여부가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표준처럼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종종 친중으로 비난받는다. 진보는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적이라는 것이다. 보수는 중국에 맞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튼튼히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이 후보 측 공약을 보면, 문재인 2.0을 보는 것 같고,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정책이라기보다 대북 외교가 그 주요 내용을 차지한다. 이 후보는 일본에 대해서는 대결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고 드러낸다. 윤 후보의 공약을 보면, 한·미동맹이 만능의 보검처럼 보인다. 게다가 윤 후보의 ‘사드’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중국에 대해서는 공공연한 적대 감정을 드러낸다.

대한민국의 차기 5년을 이끌어 갈 지도자와 진영이 과연 현재의 국제정세 변화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잘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여지껏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변수가 등장하고, 전쟁 심리를 가지고 대결하는 강대국을 향한 후보들의 언어는 과거지향적이고, 외교적 상상력은 결여돼 있고, 경박스럽기까지 하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 5년이 아니라 50년의 국가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전략경쟁의 상황에서 한국의 현 상황은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과 중국에서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현 국제개입주의는 큰 변곡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우리의 기존 편견을 넘어, 새로운 외교·안보적 도전과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 그 성패와 미래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자신감이 넘칠수록 나는 이를 사회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라 신앙에 가깝다고 본다.

우리 외교안보 진영에도 탐욕으로 가득 찬 신앙인이 넘친다. 외교·안보에 대한 지도자의 지속적인 무지와 무능으로 국내 생태계는 거의 무너졌다. 복원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 외교·안보 영역에서는 당파성에 입각한 연역적인 사고나 선험의 세계를 넘어서야 한다.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인정하고, 말을 삼가며 전문가를 중시해야 한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역량이 중요하다.

이제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아니라 능력의 유무가 인재 채용의 기준이 돼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유능한 현자를 다 모아 격론을 벌이면서 공감대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과거가 기준이 아니라 미래가 기준이 돼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질 것 같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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