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18세 청소년에게도 이른바 ‘방역 패스’를 적용하기로 하자 학부모를 중심으로 이를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3일 ‘아이들까지 백신 강요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이 청원이 게재됐다.
정부는 같은 날 방역패스 예외 범위를 18세 이하에서 11세 이하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12~18세 연령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PCR 검사상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에만 식당·카페 등은 물론, 학원·독서실·도서관 등을 출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다만 반발을 우려해 실제 적용 시기를 내년 2월1일부터로 유예했다. 대상 연령대는 2003년 1월 1일생부터 2009년 12월 31일생까지다.
청소년 백신패스 적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식 등록되지 않았는데도 이틀 만에 7만 동의를 돌파하는 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전동의 기준 100명을 넘겨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 중이다.
자신을 ‘네 자녀를 키우는 엄마’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오미크론 유입으로 방역 고삐를 좀 조이는가 싶었는데 역시 그놈의 지긋지긋한 검토만 하고 고작 바뀐 것이 사적모임 인원수 제한과 3차 백신 추가 접종까지 백신패스로 인정하는 건가?”라고 당국에 비꼬며 물었다.
이어 “청소년 백신 접종을 늘리기 위한 의도로 학원을 방역패스 적용 대상으로 분리한 것도 기가 차 웃음 밖에 안 나온다”면서 “학원이 마스크 벗고 취식하는 공간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자녀를 키워본 부모라면 우리나라에서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 원하는 대학, 직장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것쯤에는 대부분의 부모가 손을 들 것”이라며 “이런 점을 알기에 학원까지 백신패스 적용한 것 아닌가”라고 정부에 물었다.
또 그는 “이번에 터진 오미크론 유입 발생지가 종교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종교시설은 방역패스 적용대상이 아니더라”면서 “2차 백신 접종까지 하여도 돌파감염 확진자 수가 상당한데 아이들까지 강제적으로 백신패스를 적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학교가 가장 안전하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거듭 물었다.
청원인은 “미래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이다. 백신 부작용에 대처하는 정부의 신뢰도는 이미 바닥”이라고 지적하며 “어느 부모가 안전성 검증이 100% 안 된 백신과 아이들 목숨을 바꿀 수 있겠느냐. 귀를 여시고 국민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청소년 감염이 전체 20%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백신패스 적용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4일 오전 브리핑에서 “소아, 청소년은 무증상 감염이 많아 확산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격리 시 학업상 불편 등까지 고려하면 접종의 전체적인 편익이 더 커지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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