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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테무와 틱톡, 그리고 對中 전략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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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6 01:18:35 수정 : 2024-02-26 01: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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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반 저가 상품 플랫폼 테무
美서 아마존·이베이 아성 위협
바이든, 틱톡 활용 선거전 나서
對中 강경 대책, 효과 지속 의문

딸이 생일 선물을 받아 왔다. 아이가 받은 선물 중에는 또래들 사이에 유행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필통이며 열쇠고리, 필기구 등이 한가득이었다. 아내는 값이 비싸 사 줄 엄두를 못 내던 것들이라고 했다. 며칠 뒤 하굣길에 선물을 준 친구 아버지를 만났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이라 비싼 선물을 왜 그리 많이 보냈느냐고 감사 인사를 했다.

돌아온 대답이 뜻밖이다. 그는 “비싸지 않다. 테무(Temu)에서 사면 된다”면서 “아마존에서 파는 똑같은 물건을 반값에 판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영상 중간중간 끊임없이 광고가 나오던 그 테무다. 중국 기반 저가 상품 플랫폼으로만 알았던 테무를 미국인에게 소개받는 상황이 인상적이었다. 테무를 설치해 봤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몇몇 중국산 제품을 테무는 반값보다 더 싼 값에 팔고 있었다. 아마존처럼 매달 14달러99센트(약 2만원) 회비를 내지 않아도 무료 배송이 가능했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테무는 11일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생중계에 30초짜리 영상 광고를 무려 다섯 차례나 내보냈다. 로이터통신은 테무의 슈퍼볼 광고비 지출을 소개하는 기사 제목을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라는 테무의 홍보 문구를 가져와 ‘테무가 억만장자처럼 돈을 썼다’고 달았다. 외신은 슈퍼볼 광고비가 30초당 650만∼700만달러(87억∼93억원)로 테무가 수백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했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테무는 슈퍼볼 기간 동안 접속자에게 1500만달러(200억원) 상당의 경품과 쿠폰을 뿌렸다.

슈퍼볼 생중계는 1억234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중계방송 이후 최고의 시청률 기록이다. 포브스는 슈퍼볼 이후 테무가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고, 슈퍼볼 광고로 일반 광고와 비교할 때 13배 이상의 광고 효과를 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출시된 테무는 1월 기준 사용자 수가 5000만명을 넘어섰고, 주당 평균 사용시간도 아마존과 이베이를 앞질렀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조사 주요 타깃인 아마존의 아성이 중국발 테무의 위협에 흔들리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활용해 선거운동에 나섰다. 역시 슈퍼볼 경기를 앞두고 틱톡에 첫 번째 선거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2월 틱톡이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해 중국 당국에 제공할 수 있다는 의혹 등이 잇따르자 연방정부 전 기관에 30일 안에 모든 장비와 시스템에서 틱톡을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역풍이 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국가 안보보다 선거운동이 더 중요하냐’는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백악관 브리핑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틱톡에 대한 방침을 바꾼 것이냐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백악관 대변인과 고위 당국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바이든 캠페인이 역풍을 무릅쓰고 틱톡 선거운동에 나선 것은 1억70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사용하고, 젊은 층이 대거 몰려 있는 초거대 플랫폼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재선에 도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중국과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중국을 겨냥, 모든 수입 제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고위 당국자는 10% 관세가 기존 관세에 10%포인트를 인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잇달아 승리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10% 관세 부과에 대한 미국 내 평가는 싸늘하다. 미국의 초당파 싱크탱크 조세재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10% 관세 부과 방침이 미국 국민에게 연간 3000억달러(400조원) 이상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지고, 5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행동포럼도 관세 부과 방침이 미국 국내총생산을 0.31% 감소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중 전략경쟁의 미래를 테무와 틱톡의 성공에 비춰보는 것은 무리일까.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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