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벌금 300만원 구형…“이재명 당선시키려 매수”
“저는 평범한 주부로 살았고, 남편은 비주류 정치인으로 살면서 많은 탄압을 받았다.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살았다. 어찌 됐든 이 자리까지 서 있는 건 제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제 주변을 관리하고 철두철미하게 통제했어야 했는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민주당 중진 의원의 아내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에게 검찰이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이 배우자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대선 후보로 당선되게 하기 위해 유력 정치인들인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를 매수하려 한 사건이다. 금액과 상관없이 죄질이 중하고, 자신의 수하인 배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김씨에게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씨는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가 당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인 2021년 8월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민주당 중진 의원의 아내 등 6명에게 총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씨가 자신의 수행 비서인 배모씨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지난 2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범행은 명백하게 인정되는데 피고인은 (검찰이) 증거 없이 기소한 듯 정치적 공격으로 쟁점을 흐리고,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자신의 수하인 배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김씨는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약 4분 동안 진술했다. 지난 2월 불구속 기소 후 5개월 동안 13차례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김씨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앞서 지난 15일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도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응하지 않은 바 있다.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저로 인해서 검사님들도 긴 시간 고생했는데,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운을 뗐다. 그는 “저로 인한 사건으로 인해 지난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씀을 듣고,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저는 평범한 주부로 살았고, 또 남편이 변호사 활동도 했고, 비주류 정치인으로 살면서 많은 탄압을 받았다”며 울먹거렸다.
김씨는 발언 중간중간 법정 천장을 바라보며 울음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수없이 많은 압색도 당했고, 남편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긴장하고 살았다. ‘꼬투리 잡히지 말자’라는 말을 남편과도 수없이 다짐하며 살았다”며 “정치에 입문하면서 돈 없는 선거를 치르자는 남편의 신념이 너무 강했고, 처음 2006년 지방선거에 나갔을 때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 밥값을 안 내고 식사 자리에 가서 ‘밥만 먹고 가냐’고 해서 밥을 안 먹고 선거운동을 했다. 차에서 김밥으로 때우던지 인사만 하고 나가던지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사값에 대한 의논이나 협의나 이런 것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외부에서 보기엔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검사님이 주장하시는데 그건 너무나 큰 원칙이었기 때문에 따로 얘기하거나 지시하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배씨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답답해서 물어보고 싶었다”며 “제가 이 자리까지 서 있는 건 제 불찰이다. 제 주변을 관리하고 철두철미하게 통제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배씨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인 2010년부터 선거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었고, 얌전하고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성실하게 자기 일하는 비서관이었다. (남편이) 도지사에 당선되고 나선 공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어서 제 일까지 관장해줬고, 모든 걸 배 비서관을 통해서 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이번 사건이 언론에 터지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과연 언론에 비친 저 사람이 내가 그동안 알고 있는 배 비서인가, 혹시 다른 사람 아닌가 정말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에서 제가 모르던 여러 가지 일도 알게 됐고, (배씨가) 왜 몰래 지방을 쫓아다녔나, 왜 집요하게 (자신과 관련한 사안들을 캠프 사람들에게) 물었나, 왜 캠프 구성원들과 불화를 일으키면서까지 큰 소리를 냈을까. 조금은 이해를 하는데, 아직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하겠다”고도 했다. 배씨는 김씨의 사적 비서로, 김씨가 있는 경기 성남시 수내동 자택에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초밥과 샌드위치 등의 각종 음식을 배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과 별개로 김씨와 배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김씨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달 13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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