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1000원 미만 초저가 경쟁
5000원 미만 패스트푸드 출시
불황 속 저가 소비 트렌드 지속
#직장인 이희수(26)씨는 점심에 편의점을 자주 애용한다. 외식 물가가 올라 식당을 이용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선 비빔밥에 삶은 달걀이나 조각 치킨까지 양껏 먹어도 6000원이 채 안 넘는다.
이씨는 “일반 밥집이나 한식 뷔페에 가면 8000~9000원, 비싼 데는 12000원까지 한다”면서 “요즘 편의점 음식이 가격이 싼데 맛도 괜찮아서 자주 사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일하는 강창식(57)씨도 끼니를 때우러 편의점을 자주 찾는다. 다섯 가지 반찬이 들어간 도시락부터 수제비 컵라면 등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부담이 없다.
강씨는 “가격이 싸거나 1+1, 2+1 행사를 할 때 여러 개를 미리 사서 쟁여둔다”면서 “메뉴도 많고 일반 식당보다 훨씬 싸다 보니 점심뿐 아니라 가끔 저녁에도 이용하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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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나는, 이른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을 통해 주로 유통되는 가성비 메뉴에 몰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유통·외식업계는 1000원 미만 또는 5000원 미만의 초저가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1일 900원짜리 삼각김밥과 2900원짜리 짜장면을 출시했다. 삼각김밥은 10년 전, 짜장면은 20년 전 가격을 콘셉트로 했다. 짜장면은 이마트24에서 판매하는 조리면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앞서 지난달 출시된 ‘1900원 김밥’의 판매량은 일반 김밥보다 3배 높았다. ‘3600원 비빔밥’은 기존 비빔밥 상품보다 6배 더 많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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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 관계자는 “올해 고객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프레시푸드를 중심으로 초저가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비식품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비빔밥의 경우 일반 도시락류의 절반가이지만 재료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알 찬 구성이라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CU도 ‘땡초어묵 삼각김밥’을 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000원에 출시했던 ‘매콤어묵 삼각김밥’의 토핑을 업그레이드하면서도 가격은 10원 낮췄다. CU 관계자는 “고물가와 불경기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가격을 10원 단위까지 낮추게 됐다”고 말했다.
CU의 전년 대비 1000원 이하 제품의 매출 증가율은 2021년 10.4%에서 2022년 23.3%, 2023년 21.1%, 2024년 29.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GS25의 1000원 이하 상품 매출 신장률도 2022년 28.8%, 2023년 32.2%, 2024년 46.5%로 급증하는 추세다. 물가 안정 콘셉트로 기획한 990원짜리 ‘유어스 면왕’은 2023년 11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90만개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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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 업계도 가성비 메뉴 공략에 나섰다.
KFC는 지난달 버터 갈릭 라이스에 치킨 텐더를 올린 ‘켄치밥’ 2종을 4900원에 출시했다. KFC가 지난해 10월 3000원대로 출시한 ‘커넬 버거’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개를 넘어섰다.
맥도날드의 스낵 메뉴를 하루 종일 할인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해피 스낵’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해피 스낵’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6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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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외식업계가 초저가 상품에 공을 들이는 것은 런치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 달 연속 높아져 전년 동기 대비 2.2% 올랐다.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5%, 가공식품과 외식물가지수도 각각 2.7%, 2.9% 높아졌다.
계속되는 고물가에 먹거리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지역의 짜장면 가격은 10년 전(4500원)보다 65% 오른 7423원을 기록했다. 냉면·김치찌개·칼국수·삼겹살 등 대표 외식 메뉴 7종의 가격도 평균 40.2% 뛰었다.
고환율로 인해 향후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저가 소비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환율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앞으로 물가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별 가계가 소비를 보수적으로 하는 저성장 국면에서 소비자들은 초저가나 저렴한 상품에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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