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조弗·6월 3조弗 돌파
무서운 상승세로 1년 만에 새기록
종가 기준 시총은 3조9720억弗
전문가 “주가 상승 여력 있어” 평가
中시장 전용 새 AI칩도 출시 계획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미국 엔비디아가 9일(현지시간) 전 세계 기업 중 최초로 장중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502조원)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약 2.5% 오른 164.42달러까지 오르면서 시총이 4조 달러를 넘어섰다. 종가 기준으로는 상승폭이 줄어들어 전 거래일보다 1.8% 오른 162.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총은 3조9720억 달러(5375조원)다.

엔비디아는 정보기술(IT) 업계 절대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을 제치고 시총 4조 달러 선에 처음 오른 기업이 됐다. MS와 애플은 각각 시총 2위, 3위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시총 2조 달러(2742조원)를 돌파했고, 불과 4개월 후에 3조 달러를 넘어섰다. 그 후 1년여 만에 시총 4조 달러 시대를 연 것이다.
시총 4조 달러는 현재 한국 시총 1위인 삼성전자(2900억 달러)를 13개 이상 합쳐 놓은 규모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올해 각국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보면 6위 영국(3조8391억 달러)을 넘었고, 일본(4조1864억 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20% 이상 상승했고, 2023년 초 이후 10배 이상 폭등했다. 엔비디아의 최근 주가 급등은 MS와 메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관련 지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향후 회계연도에 총 3500억 달러(481조4250억원)를 자본 지출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3100억 달러(426조4050억원)보다 늘어난 수치다.
위기가 있기는 했다. 지난 1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 따라 리스크가 커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한때 10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5월에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제작한 H20칩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80억 달러(11조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중 관세 전쟁이 협상으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빅테크 기업의 AI 지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5월부터 주가는 반전했다.

마호니 자산운용의 대표 켄 마호니는 “현재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은 최근 10년 평균보다 낮아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매출 성장률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가 비싸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리스크로 간주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다음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시장 전용 새로운 AI칩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 전용 칩은 기존 블랙웰 RTX 프로 6000 프로세서의 변형버전으로 알려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NVLink(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인터커넥션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이 제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화된 수출 통제 규제를 위반하지 않도록 설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이 칩이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했으며, 최종 사양은 미국 당국과 논의 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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