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중심 정당으로 과거와 단절할 것”
이준석 퇴출·대선 후보 교체 시도 반성
탄핵 반대 당론엔 “국민 눈높이 안 맞아”
상향식 비례대표 공천·당원소환제 등
‘당헌·당규 명문화’ 14∼15일 당원투표
혁신위 7월 말 종료… 내주 전대 논의
논란 끝에 재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반대, 이준석 전 당대표 강제퇴출, 대선후보 단일화 논란 등에 대해 사과하는 ‘대국민 사죄문’을 내놨다. 이를 당의 헌법인 당헌·당규에 수록하기 위한 전 당원 투표도 실시하겠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재구속된 날 그와의 절연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첫 회의를 열고 주요 공직·당직자에 대한 당원소환제도, 상향식 비례대표 공천제 도입 등을 당헌·당규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1호 안건으로 의결했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6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원 중심 정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제돼야 할 것이 과거와의 단절”이라며 “이를 위해 잘못된 과거가 뭔지 명시하고 어떻게 할지 확실히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헌·당규 맨 앞장에 새겨넣을 것을 전 당원 투표로 묻겠다”고 했다.

혁신위는 ‘국민과 당원에게 드리는 사죄문’도 발표했다. 혁신위는 “당 소속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고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것에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대통령 탄핵에 직면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못했다’는 대목은 탄핵 반대 당론 채택을 지칭한다고 호준석 혁신위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어 “특정 계파, 특정인 중심으로 당을 운영한 것을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도 했다. 이는 옛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다. 또 “당 대표를 강제퇴출시키고, 특정인의 당대표 도전을 막기 위해 연판장을 돌리고, 당대표 선출규정을 급변시켜 국민참여를 배제하고, 대선후보 강제 단일화를 시도하는 등 국민과 당원께 절망감과 분노를 안겨드린 것을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는 2022년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이준석 당시 당대표를 퇴출시키고, 나경원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막은 일, 김문수·한덕수 전 대선후보의 단일화 등에 대해 당이 사과한 것이다.
사죄문은 ‘2024년 4월 총선에 참패하고도 당을 쇄신하지 못하고 또다시 분열로 국민과 당원을 실망시켜 드린 것을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맺었다.

다만 혁신위는 구체적인 인적쇄신론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선출직인 당직자와 공직자의 취임선서에 △혁신 지속 △현장 중심 정당 △사익 및 감싸기 정치문화 탈피 △민생정책 역량 강화 등 4가지 내용을 선출직 당직자와 공직자 취임 선서에 반영하고 이를 역행할 경우 당원 소환제를 통해 바로잡겠다는 방안을 담은 ‘새출발을 위한 약속’도 함께 발표했다.
혁신위는 오는 14∼15일 이틀간 당원 투표를 통해 사죄문과 ‘약속’을 당헌·당규에 수록할지를 묻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의 초안은 윤 위원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 투표 제안은 “지도부가 수용했다”고 윤 위원장은 말했다. 혁신위는 이달 말 활동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당내 갈등은 나흘째 이어졌다.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은 동료 의원들을 희생양 삼아 본인의 당대표 당선을 노린 것”이라며 “하남자(소심한 남자를 비하하는 인터넷 유행어) 리더십으로는 당의 위기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7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론 반대로 인해 대부분 불참한 가운데 혼자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사진을 올리며 ‘하남자?’라고 되물으며 이를 맞받았다.
한편 국민의힘은 다음주에야 전당대회 일정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빠르면 8월 중순, 늦어도 8월 말 전당대회 개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장소는 경기 고양 킨텍스와 충북 청주 오스코 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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