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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청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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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3 22:55:02 수정 : 2025-07-13 22: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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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은 청춘을 접하는 일이 잦았다. 시작은 지난 학기에 개설한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수강한 학생이 ‘청춘’에 관한 인터뷰 작품에 참여해 달라고 한 요청이었다. 나이 든 사람이 청춘을 말하는 건 청춘에 대한 실례라고 버티다가 강의실에서 탁월한 성실함을 견지한 제자에 대한 보답으로 응했다.

청춘의 색깔은 푸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과 바다처럼 크고 넓은 푸르름. 그 푸르름이 꿈을 꾸고 상상하게 하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나게 한다고 했다. 한 학생은 청춘은 근거 없이도 주저하지 않고 살아감을 느끼는 매 순간이라고 했다. 다른 참가자는 믿는 것을 결과로 알고 그냥 저지르고 가는 ‘플라시보 효과’라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내면은 뜨겁고 강한 에너지가 소용돌이치고 외면은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고 도전이라 했다. 이들의 청춘론을 위해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 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고 한 조지훈의 ‘승무’를 기원했다.

6·25전쟁에서 조국을 위해 산화한 국군 전사자의 청춘은 숙연했다. 뼛조각, 녹슨 철모·총·탄피·혁대·옷조각·군화의 파편으로 남은 청춘이었다. 2000년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이 시작된 이래 2025년 2월까지 1만1394명의 유해가 발굴되고 2만5248명의 신원이 확인되었다(‘2025년 국방부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추진회의’). 전사자 가운데 약 90%의 청춘이 미발굴 상태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청춘을 생각하면서 이상하리만큼 친구와 선후배의 아버님, 어머님, 장인, 장모, 배우자의 부음을 많이 받았다. 서로 만날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이던 청춘과 죽음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다. 돌아가신 지 이십 년이 되어, 눈을 감아야만 만날 수 있는 우리 엄마의 청춘은 어떠했을까. “나의 어머니에게도 추억이 있다는 걸/ 참으로 오래되어서야 느꼈습니다/ 마당에 앉아 봄나물을 다듬으면서/ 구슬픈 콧노래로 들려오는 하얀 찔레꽃/ 나의 어머니에게도 그리운 어머니가 계시다는 걸/ 참으로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 /손은 나물을 다듬으시지만 마음은 저편/ 상고머리, 빛바랜 사진 속의 어린 어머니/ 마루 끝에 쪼그리고 앉아 둥근 등을 바라보다 울었습니다/ 추억은 어머니에게도 소중하건만/ 자식들을 키우며 그 추억을 빼앗긴 건 아닌가 하고/ 마당의 봄 때문에 울었습니다”(신동호, ‘봄날 피고진 꽃에 대한 기억’). 모든 청춘을 칭송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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