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수사 아닌 본질에 충실해야
바야흐로 특검의 시대다. 고위 당정협의에서 검찰청 폐지가 결정된 상황이지만, 3대 특검은 활동범위를 오히려 확대하고 있으며, 민주당에서는 3대 특검의 기소를 전담하는 특별재판부에 관한 법률까지 발의한 상태다. 많은 사람이 특검 수사를 통해 진실이 확실하게 밝혀질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특검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강력하고 광범위한 수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의 존재 이유는 강력하고 광범위한 수사활동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대규모의 특검이라도 한시적 기관인 특검이 검찰과 경찰의 인력과 전문성을 뛰어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검이 필요한 이유는 검·경의 수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검·경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의심스러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검찰총장 부인 옷 로비 사건처럼 이해충돌이 문제되는 경우, 대통령 및 그 주변 인물에 관한 사건이어서 정치적 외압이 우려되는 경우처럼 검·경 수사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든 경우에 특검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3대 특검은 매우 기형적이다. 윤석열정부 당시에는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들이었기 때문에 검·경의 수사가 아닌 특검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는 굳이 특검이 필요한 이유를 찾을 수 없지 않은가? 왜 엄청난 인력과 예산을 들여 3대 특검이 가동되어야 하는 것일까?
더욱이 3대 특검이 동시에 구성되어 활동하면서 경쟁적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로 인해 3대 특검은 서로의 수사 상황을 비교하면서 더 강력한 수사, 폭넓은 수사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특검의 본질을 벗어난 과잉 수사가 될 우려가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수사가 꼭 효율적인 수사는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가 공수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구속이었다. 그런데 내란 특검에서 윤 전 대통령을 다시 구속하는가 하면, 김건희 특검에서도 질세라 여러 수사 대상자에 대한 구속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일련의 과정을 차분하게 되짚어 볼 때이다.
무리한 수사, 원칙에 반하는 수사라는 비판을 감수할 만큼 수사에 실질적 도움이 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보여주기 수사를 위해 구속을 남발한다면 특검의 본질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특검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특검 수사 뒤에는 특별재판부에 의한 재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렇게 ‘특별’이 계속되면 대한민국에서는 특별의 일반화, 비정상의 정상화가 다시금 문제될 수밖에 없다. 수사 결과가 기대한 그대로라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수사 과정을 보고 그 결과를 추론할 때는, 무엇보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살피게 되는데 최근 특검 수사의 모습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공부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 잘하는 척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가 된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고쳐나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특검이 수사력이 뛰어난 척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특검의 핵심은 중립성과 공정성이 아니던가? 이제 특검이 과장된 수사로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려 하기보다는 특검의 본질에 충실하게 중립적 시각에서 공정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극심한 진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며, 비정상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정상적인 나라, 안정 속의 발전이 가능한, 여와 야가 상호 존중 속에서 생산적인 대화와 타협을 보이는 대한민국에서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대한민국의 미래는 오늘날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있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그럼으로써 정상적인 발전을 가능케 하는 것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한 역할은 일차적으로 정치권의 과제라 할 수 있지만, 정치권만의 몫은 아니다. 국민 모두의 과제이며, 특검도 대한민국의 존망이 달린 과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특검이라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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