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 가면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교회가 있다. 빛의 교회라 부르는 곳. 설교하는 목사의 뒤, 신자들이 바라보게 돼 있는 벽면을 넷으로 나눈 십자가 창에서 빛이 들어오는 교회다. 고통의 십자가가 변해 빛으로 부활하는 이치를 공간으로 보여주는 작은 교회는 공간이 그대로 하나의 우주임을 증거하고 있었다.
그 교회를 본 이후, 안도 다다오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다. 아마도 우물처럼 깊은 내향적인 사람, 조용하고 꼼꼼한 사람일 거라 추측하고 있던 차에 그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와 책을 보게 됐다. 그는 내가 상상한 그런 사람이기보다 훨씬 자신감 있고 추진력이 있고 친근한 인물이었다.
안도는 오사카 사람이다. 나이가 들자 그는 그를 낳아주고 길러준 오사카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오사카에 벚나무 3000그루를 심어 벚나무 길을 만들고자 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될까 싶었지만 1만엔씩 기부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5만명이 넘는 시민이 기꺼이 기부를 했다. 오사카 벚꽃길은 그렇게 조성됐다.
나무는 최고의 인테리어란다. 인테리어를 넘어 좋은 이웃이다. 산책하고 싶게 만들고, 바라보고 싶게 만들고, 마음을 열게 만드는 이웃. 나무는 마을과 마을을, 길과 길을 연결한다. 나무가 많은 마을만큼 아름다운 마을은 없다. 그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길을 지나가니 산책 나온 시민이 그를 알아보고 고맙다고 인사한다. 돈은 자기네들이 냈어도 그들이 낸 돈을, 걷고 싶은 도시, 아름다운 도시로 승화시켜준 이에 대한 감사였다. 세계적 건축가의 고향으로의 회귀는 그 벗꽃길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그가 말하길 건축의 기본은 터를 읽는 거라고 한다. 터를 읽으려면 터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그 터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거나 살고자 하는 생명과 어우러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다큐를 보고 나서는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나오시마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나오시마는 섬이다. 아름다운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인데 3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다 떠난 버려진 섬이었다.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그곳을 흙과 자갈과 모래를 퍼다 쓰는 착취의 공간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섬에 미술관이라니.
안도는 거기에 현대미술관을 짓고자 하는 이의 마음을 읽었다. 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그가 처음 한 일은 섬 전체에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건물은 섬의 경관을 해치거나 가리지 않도록 낮게, 땅속으로 넣었다. 그러고는 하늘 쪽으로 창을 내 하늘을 열었다. 아름다운 바다와 녹색의 섬, 그리고 철학이 있는 건물과 현대미술이 있는 나오시마는 사람들을 각성시키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나오시마 지추 미술관에는 모네의 방이 있다. 빛을 그린 화가 모네의 정신을 그대로 실현하는 방이다. 천장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으로만 모네의 수련을 감상할 수 있는 방, 자연광만으로 충분하다는 그 판단이야말로 콜럼버스의 달걀 같다. 그러니 해가 넘어가면 전시도 끝난다. 해가 잠을 잘 때면 모네의 수련도 홀로 쉬는 것이다. 모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방이다.
그의 건축의 한 축은 그렇게 빛에서 온다. 전공도 아닌데 마냥 건축이 좋았던 그는 가진 것이라곤 체력뿐이었던 20대 유럽을 떠돌며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이 그의 학교였고, 방랑이 그의 학우였던 어느 날 하늘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내부로 끌어들인 판테온 천장에서 빛이 건축의 기본임을 배웠다는 것이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서 그가 빛에 대해 밝히는 대목이 함께 생각하게 만든다. “참된 행복은 적어도 빛 속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빛을 멀리 가늠하고 그것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몰입의 시간 속에 충실한 삶이 있다고 본다. 빛과 그늘, 이것이 내 나름의 인생관이다.”
그늘 속에서 빛을 보고 그 빛으로 ‘나’를 깨우는 몰입의 시간, 그대는 언제 그런 시간을 경험했는지.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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