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중 선승의 당부는 불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일상을 도의 길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마음과 삶을 경영하는 지혜를 간구하는 마음은 모두에게 절실한 법. 박희승 조계종 기획차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선지식(善知識·마음의 스승)들의 수행법과 체험담을 인터뷰한 책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은행나무)를 통해 그 갈증을 풀어준다. 진제(75), 혜정(76), 고우(72), 우룡(77), 무비(66), 근일(69), 무여(68), 혜국(62) 등 조계종 원로·중진 스님 여덟 분의 육성이 문답형식으로 생생하게 담겼다.
출가 인연은 순간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무비 스님은 할머니 손을 잡고 다니던 절에서 또래나이의 동자승이 ‘초발심자경문’에 나오는 “삼일수심(三日修心)은 천재보(千載寶)요, 백년탐물(百年貪物)은 일조진(一朝塵·사흘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 모은 재물은 하루아침의 먼지)”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게 발심의 계기가 됐다고 밝힌다. 병고조차 깨우침의 방편이 된다. 무비 스님은 “병고에 시달린 것이 부처님의 6년 고행과 달마의 9년 면벽하고 맞먹는다. 아픈 후 꽃봉오리가 꽃을 확 피운 듯 큰공부가 됐다”고 했다.
근일 스님은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나니, 병으로 양약을 삼아라. 일이 뜻대로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뜻대로 되면 뜻을 가벼운 데 두나니, 뜻대로 되지 않음으로 수행을 삼아라”고 가르친다.
삼고초려 끝에 지은이의 인터뷰에 응한 선지식들은 치열한 내면적 갈등과 법열의 순간은 물론 재미난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첫 안거 때 너무 지루해서 시간이 안 가 개미 지나가는 것이나 쳐다보고 “‘무(無)’하라니까 밭에 심은 무 생각이 났다”는 고백, 화두를 열심히 들라고 했던 성철 스님이 현대 물리학이나 심리학 책을 제일 먼저 보고 좌선한 시간보다 책 보는 시간이 훨씬 많았을 거라는 이야기 등이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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