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스카우트들과 멋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2023년 8월 2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일성이다. 글로벌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 한국의 위상을 높이려던 애초 기대와는 달리 대회 첫날부터 온열 질환자가 속출했다. 밀려드는 환자로 잼버리 야영장은 흡사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부실한 폭염 대비와 위생 상태로 전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됐다. 대회 운영이 얼마나 부실했으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화장실 청소를 직접 챙기는 ‘웃픈’ 상황까지 연출했을까 싶다.
이후 새만금 잼버리는 K팝 스타들의 서울월드컵경기장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국제적 망신만 초래했다는 비판여론을 무마하려 K팝 스타들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콘서트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이른바 ‘논두렁 잔디’ 논란까지 낳았다. 이 무렵 이라크와의 축구대표팀 A매치는 콘서트로 훼손된 잔디 탓에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렸고,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홈에서 경기할 때 (잔디가)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당시 전라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잼버리 파행이 “준비 소홀과 예산의 부적정 집행 등 여성가족부의 총체적 부실 탓”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부지 선정부터 잘못됐다”며 행사를 유치한 전북도에 책임을 전가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지난해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많은 문제를 초래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도 나섰다. 감사에 착수한 지 1년6개월여 만에 감사원이 어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잼버리 파행은 대회 조직위원회와 감독 기관인 여성가족부, 대회를 유치한 전라북도의 부실·무책임 행정이 총체적으로 겹쳐 일어난 실패로 결론 내렸다. 위법·부당사항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잼버리 파행을 겪고도 전북도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한다. 잼버리보다 훨씬 규모가 큰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잼버리 감사 결과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올림픽 개최 도전은 아예 접는 게 오히려 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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