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미봉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미 간에 합의된 소고기 협정문의 기본 골격을 바꾸는 재협상이 아니라 일방적 요청인 만큼 미국 측이 묵살하면 그만이란 것이다. 일리가 없지 않은 지적이다. 그러나 30개월 월령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제기해 검역주권 행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이번 요청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한사코 폄하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재협상이든 추가 협상이든, 국민이 납득할 추가 양보를 끌어낼 수만 있다면 광우병 공포가 잦아들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불안한 민심을 달래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것보다 급한 과제가 달리 어디 있겠는가. 행정부는 최대한 협상력을 발휘하고 입법부는 여야를 떠나 힘을 보태줘야 마땅하다.
미국이 기존 협정문에 적시된 기득권을 순순히 내줄 리는 만무하다. 실제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어제 “재협상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했다. 4월 협상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잘 이뤄졌다면서 재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낙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라도 정부의 협상력 강화가 급선무다. 부처 공조체제를 다지고 다각도로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의 양보가 소고기 교역 확대로 이어져 미국 국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한다. 기존의 고시 조건으론 국내 판매·소비가 어렵다는 점도 알려야 한다. 30개월 월령,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등을 중시하되 거기에만 눈이 팔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결과를 초래해도 곤란하다. 깔끔한 마무리가 필요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