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민간 자율규제,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08-06-04 21:24:15 수정 : 2008-06-04 21:24:15

인쇄 메일 url 공유 - +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문제를 민간의 ‘수출자율규제’로 풀어갈 태세다. 그제 미국 측에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출 중단을 요구하며 ‘사실상의 재협상’을 요청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한발짝 물러선 셈이다.

정부가 민간 자율규제로 가닥을 잡아가는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오자 백악관 등 미국 측이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인 데다 국제 통상 관례상 재협상이 어려운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면 정부의 태도 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미국과 국내 업체가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수출입 금지에 합의하고 미국 정부가 ‘30개월 월령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국내 반입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민간의 자율규제지만 이를 어기면 검역주권을 행사해 반송·폐기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민간 규제의 실효성부터가 의문스럽다. 미국 축산업계의 자율결의를 이끌어 내기도 어렵거니와 미국의 동물성사료 강화조치가 발효되는 내년 4월까지 1년간을 원하는 우리 정부 요구를 따라 줄지, 위반 시 실제 제재가 가능한지 등등 의문부호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게다가 야당과 국민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현실 또한 고육지책의 효용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어제만 해도 통합민주당 등 야 3당이 ‘대통령의 재협상 선언’ 때까지 국회 개원 무기연기를 결의했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은 “자율규제는 기만책”이라고 일축하며 재협상 요구를 거듭 밝혔다.

여론과 현실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정부 처지가 안쓰럽지만 분명한 것은 재협상을 주장하는 민심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이다. 정부는 노도 같은 국민 여론과 소고기 파문이 반미로 이어질 우려 등 사태의 심각성을 들어 ‘사실상의 재협상’을 관철해야 한다. 민간이 아닌 정부 간 합의로 문제를 풀라는 것이다. 돌아갈 방법이 없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VVS 지우 '해맑은 미소'
  • VVS 지우 '해맑은 미소'
  • 김지연 '청순 볼하트'
  • 공효진 '봄 여신'
  • 나연 '사랑스러운 꽃받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