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 이해가 걸린 마당에 한국의 촛불 민심을 중시해야 할 까닭은 없다. 그런데도 부시 대통령은 “한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이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했다. 광우병 불안감을 덜도록 협조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양국 협력 증진에 도움이 되고 동맹관계 강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란 대국적 판단이 전제됐기 때문일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올바른 판단과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양국 정상의 교감을 통해 새 밑그림이 그려진 만큼 실무 채널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국제법 등의 제약 요인을 피해 부시 대통령의 지적대로 ‘한국에 들어가서는 안 될 물건’이 들어오지 않도록 실질적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4월 협정 같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상호 ‘윈윈’하는 호혜적 보완이 필요하다.
한미 양국이 해법 찾기에 힘써도 촛불이 즉각 꺼질 것 같지는 않다. 그 성사 가능성이나 효율성에 관계없이 한사코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듯하다. 한편에서 촛불의 열기를 살려 반정부, 반미 시위로 키우려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런 만큼 재협상 주장을 일축할 수준의 깔끔한 타개책이 필요하다. 이제야말로 고민과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적극적인 타개책이 나온다고 해도 월령 30개월 소고기의 기계적 구분이 쉽지 않은 현실 등으로 미루어 불필요한 논란이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이를 차단할 검역·유통 장치가 필요하다. 촛불의 본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있다. 관련 부처가 중지를 모아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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