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어제 정진석 추기경 등 천주교 지도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그간) 인선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 인선을 두고 과오를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초대 내각 때의 인사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새 정부 출범 후 이뤄진 인사는 망사(亡事)가 됐다고 할 정도로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오죽했으면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촛불시위의 직접적인 계기는 국민 건강을 소홀히 한 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을 졸속으로 마무리한 때문이지만 정부의 잘못된 인사와 정책 오류 등에 대한 불만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내각과 대통령실을 개편하면서 엄정한 잣대로 전문성, 도덕성, 화합형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 자질과 능력이 없고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를 요직에 앉혀 낭패를 본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분야별 전문가를 발탁해야 마땅하다. 또 재산 형성과정에서 흠결이 없는 등 도덕적으로 깨끗한 인사를 등용해야 할 것이다. 현 국무위원과 수석비서관 가운데 일부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편 가르기식의 인사를 지양하고 국민통합형 탕평인사를 선보여야 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 소고기 수입 파동 등으로 성난 민심이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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