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문도 못 연 것은 여야가 ‘조건’을 놓고 충돌하고 있어서다. 여당은 조건 없이 등원하라고 압박하는 반면 야당은 소고기 재협상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약속 등을 등원의 조건으로 내걸며 장외를 떠돌고 있다. 저마다 일리가 없지는 않겠지만 국민 눈에는 제 소임을 저버리면서도 언변만 자랑하는 정상배(政商輩)의 작태로 보일 뿐이다. 오죽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노 전 대통령까지 원내 활동을 거듭 촉구했겠는가. 여당의원들, 그리고 민주당을 위시한 야 3당 의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국회법상 18대 국회는 지난 5일 개원식을 열었어야 했다. 상임위원장 인선을 포함한 원 구성도 지난주에 완료했어야 했다. 나아가 이달 말까지 올해 국회운영 계획도 세워야 한다. 이는 흥정할 사안이 아니라 실정법에 규정된 기본 책무인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일차적으로 개원 자체를 거부한 야권 탓이다. 청와대와 여당 쪽에 손가락질한다고 그 허물이 씻겨지겠는가.
민주당에서 등원론이 일기 시작한 점은 그나마 반갑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어제 ‘즉각 등원’을 주장했다. 박상천 대표도 같은 기조로 발언했다. 정진석 추기경도 “국회가 의원들이 있어야 할 본위치”라고 한 만큼 이제 등원의 길을 찾아야 한다. 여당도 기꺼이 멍석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