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최근 국제 환경은 북핵 문제의 일부 진전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준비, 그리고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라는 변화를 맞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미국에 1만8500쪽에 달하는 핵 관련 문건을 제출한 것도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다. 핵심은 영변 원자로의 불능화와 냉각탑 폭파,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등 비핵화 2단계의 마무리이다. 미 국무부가 북의 ‘테러반대’ 성명을 환영하면서도 북한의 정책과 행동이 일치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재천명한 게 아니겠는가.
이처럼 북한의 반테러 성명의 진정성은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도록 폐기(CVID)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북한이 이미 확보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그대로 둔 채 미국과 겉치레 협상을 하면서 경제지원을 바라거나, 요구가 금세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미국에 맞대응식 확전전략(tit for tat)을 채택한다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도 먹혀들 수 없음은 자명하다. 남북 관계 개선 없는 북미 관계 개선은 현실성이 없음을 북측은 깨달아야 한다. 6자회담과 함께 남북 대화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두루 신뢰를 얻는 게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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