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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딸 뽑기 위해서… 어학·경력·학위조건 다 바꿨다

입력 : 2010-09-07 09:59:11 수정 : 2010-09-07 09: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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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외교 딸에 ‘노골적 특혜’ 확인
영어 성적은 텝스만 인정
더 높은 점수 낼수 있게 2차 모집 접수기간도 늘려
행정안전부가 6일 발표한 외교통상부 통상전문가 특별채용 시험 특별감사 결과는 외교부가 유명환 장관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노골적으로 ‘특혜 쇼’를 벌였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 장관의 딸에게 유리하도록 응시자격과 전형일정을 고무줄처럼 조정했고, 외교부 면접위원들이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는 등 시험의 생명인 공정성을 저버렸다.

◆외교부 면접위원의 과도한 충성?=지난 7월 실시된 통상전문가 특채 면접에는 한충희 인사기획관 등 외교부 간부 2명과 민간위원 3명 등 5명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및 공무원임용시행령에는 수험생과 친인척이거나 같은 근무지에서 근무했던 자는 시험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으나 한 인사기획관 등 외교부 직원 2명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것이다.

5명의 면접위원 등 민간위원 3명은 유 장관 딸보다 차점자에게 2점 많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한 기획관과 다른 외교부 간부는 유 장관 딸에게 각각 20점 만점에 1점 모자란 19점을 주고, 차점자에게는 12점과 17점을 줘, 유 장관 딸은 총점에서 7점 차로 경쟁자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합격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행안부 기자실에서 특채제도 개선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장관 딸 유리하도록 ‘맞춤형 응시자격’ 설정=
외교부는 유 장관 딸이 특채에 응시하기 전부터 유 장관 딸의 ‘스펙’을 파악해 그에 유리한 방향으로 응시자격을 제한했다.

공무원임용자격 운영지침은 가급적 많이 사람들에게 응시 기회를 주기 위해 응시자격 범위를 확대토록 하고 있다.

외교부도 2009년 이후 실시된 6차례 특채 중 어학자격요건을 4차례는 텝스에 토플까지 인정했지만 올해 특채 2차례는 텝스만 인정했다. 유 장관 딸은 두 차례 모두 텝스 성적만 제출했다.

이번 통상전문가 특채는 외국과의 법적분쟁 등을 가리는 FTA담당자를 선발하는 시험인데도 업무 유관성이 높고 자격자 풀이 넓은 변호사를 배제하는 대신 엉뚱하게 ‘석사 후 2년 경력자’를 추가했다. 이 때문에 석사 출신에 텝스 시험 성적표가 있고, 외교부 근무 경력이 있는 유 장관의 딸을 위해 ‘맞춤형 응시자격’을 설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험 일정도 고무줄 조정=통상 각종 시험에서 원서접수는 시험일 공고 후 10∼15일 이내에 종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 외교부 통상전문가 특채에서는 지난 7월16일 재공고 이후 26일이 지난 8월11일에 접수를 끝냄으로써 유 장관 딸이 높은 점수의 텝스 영어성적표를 낼 수 있게 시간을 벌어줬다.

유 장관의 딸은 1차시험에서는 7월20일 치른 텝스성적을 제출했으나 1차에 자격요건을 갖춘 지원자가 없어 외교부가 재실시한 2차시험에서는 8월10일 본 텝스 성적표를 제출했다. 이 때문에 텝스 성적이 923점으로 1차 제출 때의 867점보다 56점이나 수직상승했다.

이번 행안부의 외교부 통상전문가 특채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발표는 일부이긴 하지만 외교부 간부들의 ‘주군’에 대한 과잉 충성과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공무원 채용과정을 ‘불공정 게임’으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천만원의 학비를 들여 대학을 졸업하고도 수년 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길거리를 헤매는 청년 실업자들을 허탈하게 했다는 점에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원선 기자 president5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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