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도는 盧 사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를 14일 재소환하기로 한 가운데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로 승합차 한 대가 들어가고 있다. 김해=이제원 기자 |
최근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씨, 조카사위 연철호씨 등 노 전 대통령 일가족이 잇따라 조사를 받았다. 민주당 이광재(구속) 의원 등 측근 인사들과 강금원(구속) 창신섬유 회장 등 후원자는 이미 구속수감된 상태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두 차례에 걸쳐 건넨 6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 돈’이라고 보고 있다. 권 여사나 건호씨는 ‘참고인’이라고 선을 그었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권 여사와 건호씨는 참고인 신분이며,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의 최종 ‘타깃’은 노 전 대통령이라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검찰은 6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대가성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수사는 600만달러와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검찰은 박씨의 진술을 토대로 관련 정황 증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노 전 대통령의 돈’이라는 뚜렷한 물증이 없다면 검찰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요한 것은 증거”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변호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의 노련한 법률가적 견해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 측 주장대로 ‘권 여사의 돈’이라면 100만달러에 대해서도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권 여사가 ‘남편 모르게’ 돈을 받았다면 권 여사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뇌물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씨는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더라도 정작 당사자인 노 대통령이 몰랐다면 형사처벌하기 어렵다. 건호씨도 마찬가지다. 박씨와 거래는 개인 간 거래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 주장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남편인 노 전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특히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개입돼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어떤 식으로든 노 전 대통령이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검찰 수사는 노 전 대통령 형사처벌을 향해 가고 있는 셈이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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