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규명하는 내용인데, 보고서에 인용되는 각종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정부간 패널 보고서에 주요 데이터로 인용되고 온실 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당사국들의 책임 분담을 이끌어내는데 주요 근거로 활용된 문서이다. , 등 주요 언론들은 105개국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인류 최대의 기후변화 당사국회의에서 혼란이 우려된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 같은 주장이 확산되면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방지 노력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작 의혹은 2주전 영국의 기후변화연구소인 이스트 앵글리아대 기후연구센터 서버 해킹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대학 컴퓨터에 누군가가 침입해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주요 연구자인 이 대학 필 존스 교수의 이메일에 따르면 1960 년대 이후의 기온 하락을 감추기 위해 “트릭을 썼으며 다 마쳤다”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회의론자는 즉각 “데이터 왜곡 증거”라고 공격했다. 이들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응이 급박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후변화 연구 중 특정 논리만 증폭시켜 현실을 호도했을 수 있다는 것. 이메일에는 또 지구 온난화가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는 학자들의 논문을 주요 학술지에 공개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흔적도 나타났다. 이런 논란이 확산하면 지구 온도 상승이 인간의 잘못된 행동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도 의미를 잃게 된다.
실제로 영국에서 이달 2일부터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52%가 기온 상승의 주범이 인간은 아니다는 답변에 동의했다. 이 같은 주장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미온적인 국가들의 대응논리로 벌써 활용되기 시작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유엔 측이 직접 해명에 나설 방침이다. 이보 데 보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이메일 해킹 사건이 기후변화 연구에 대한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고 시인했다. 그는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신뢰할만하다고 해명했다.
라젠드라 파차우리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위원장은 이번 이메일 해킹 사건이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방해하기 위한 조직적인 시도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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