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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비리' 감시 강화…'검은 공생' 고리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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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6-09 11:52:07 수정 : 2013-06-09 11: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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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지대책’ 뭘 담았나
국가보안시설 이유로 폐쇄 운영
특정 이익집단이 좌지우지해
정·관·학계 퍼진 관행 개선 어려움
퇴직자 납품업체 재취업 제한 등
경쟁 촉진 통해 시장 견제 강화
산업부·원안위 개혁안 빠져 비판도
정부가 7일 발표한 원전 비리 개선대책은 업계의 구조적인 유착관계를 뿌리 뽑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전이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업무내용 상당수가 공개되지 않는 사이 ‘원전 마피아’로 불리는 특수집단이 둥지를 틀었고, 이후 폐쇄적인 사업관행이 누적돼 고착화 지경이라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시장의 견제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품질·검증관리 시스템은 느슨해져 부품 품질서류 위조 등 부정이 잇따랐지만, 고질적인 순혈주의는 방치됐다는 것이 정부의 반성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부품 조달과정에서 독점과 나눠먹기가 오랜 관행이 돼 왔고, 시험기관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상호 감시와 견제라는 공정한 경쟁문화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인적 쇄신 통한 ‘원전 마피아’ 타파


원전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비롯한 원전 공기업 퇴직자의 재취업을 금지하는 방안이 업계의 폐쇄적인 구조를 혁파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대변해 준다. 최근 10년 동안 한수원 퇴직자 중 30%는 원전 관련업체에 재취업해 ‘끼리끼리 네트워크’는 공고해졌다.

당사자들은 사장 위기에 처한 전문기술자를 재활용했다고 해명하지만 원전 부품의 생산에서부터 검증, 검수, 인증, 설치까지 특정 이익집단이 좌지우지하는 ‘검은 공생’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원전업계 퇴직자를 고용한 납품업체에 대해 입찰심사 시 감점을 부과하는 방안과 불법·중과실로 원전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업체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 사실상 퇴출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원전 마피아의 범위를 놓고 부처 간에 이견을 보여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학계 출신인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나오면 다 마피아가 되는 것인가.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비쳤다. 반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윤상직 장관은 “원전 마피아는 원전을 둘러싼 유착관계를 칭하는 것”이라며 “유착을 끊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마다 대학이 배출하는 원자력 전문가가 250명 안팎으로 소수인 실정인 만큼 이들에게 원전 정책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 부품비리 구조를 끊는다고 정·관·학계로 퍼져 있는 관행까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가운데)과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오른쪽)이 배석한 가운에 원전 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경쟁 촉진으로 감시·견제 활성화

정부는 궁극적으로 시장 활성화를 통해 원전업계에 공정한 경쟁문화를 싹틔워 투명하고 개방적인 구조로 바꿔 나갈 방침이다. 원전 설계업무의 상당부분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기술에 대항할 민간 엔지니어링 회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원전 부품 입찰과 관련한 수의계약을 최소화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전문 컨설팅을 통해 부품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그러나 원전 부품은 자주 교체되지 않는 데다 높은 기술수준을 요구해 일반 제조업체가 참여를 꺼리는 현실에 비춰 보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원전 전체를 대상으로 시험성적서의 진위를 조사하기로 한 방침 역시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당장은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현장점검도 없는 서류 대조만으로 비리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더구나 기간도 최대 3개월로 설정돼 짧은 편이다.

국책 시험연구기관이 민간 시험기관의 검증결과를 재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한수원이 부품업체 대신 시험기관에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해 사전에 연결고리를 차단한 것은 부품비리 근절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산업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관리능력 향상, 책임소재 부분은 이번 대책에서 빠져 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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